“올여름, 눈 빨개지는 결막염엔…항생제 필요없다”
미국안과학회 “저절로 낫는 눈병인데도, 환자의 70%에 항생제 처방돼 문제”
미국안과학회는 “결막염은 통상 저절로 낫는 눈병이다. 안과 의사는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는 게 좋다”고 권장한다. 하지만 결막염으로 병원을 찾는 어린이 청소년의 3분의 2 이상이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처방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의대 연구팀은 2021년 미국 보험청구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결막염으로 동네병원(의원급 의료기관), 안과 클리닉, 응급실 등을 찾아 진료를 받은 어린이 청소년 4만5000명 가운데 약 69%가 항생제(점안액, 연고)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약물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결막염으로 병원을 다시 찾은 비율은 4%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결막염이 자연 치유된다는 전문가 집단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항생제 처방을 받지 않아도 합병증이나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다니엘 샤피로 박사(소아 응급의학과)는 “자녀가 결막염에 걸리면 부모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눈이 빨갛고 지저분해 보인다. 눈에 확 띄고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항생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이를 무분별하게 남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항생제를 남용하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이 약을 먹어도 잘 듣지 않게 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결막염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해주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 항생제 내성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또한 항생제를 처방하는 곳은 동네병원(72%)이 가장 많고, 이어 응급실(57%), 안과 클리닉(34%)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호놀룰루 안과 클리닉의 루파 웡 박사(소아안과)는 “안과 클리닉에는 결막염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치료할 수 있는 도구가 있기 때문에 항생제 처방률이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항생제는 결막염의 가장 흔한 원인인 바이러스 감염에는 효과가 전혀 없다. 원래 항생제는 박테리아(세균)에만 듣고, 바이러스에는 듣지 않는 약이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 독감에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바이러스병에는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치료(대증요법)가 최선이다. 박테리아에 의한 가벼운 눈 감염도 대부분 저절로 낫는다.
아데노 바이러스에 의한 결막염(유행성 각결막염)은 감염성이 강하고, 눈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가려움증을 일으킨다. 눈에 이상이 생기면 일단 안과를 찾아 진료를 받자. 결막염에 걸렸다면 안정을 취하고, 차갑고 젖은 깨끗한 수건과 인공 눈물로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게 바람직하다.
이 연구 결과(Antibiotic Treatment and Health Care Use in Children and Adolescents With Conjunctivitis)는 ≪미국의사협회 안과학(JAMA Ophthalmology)≫ 저널 온라인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