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남용이 나쁜 또다른 이유...우울증 위험 2배
박상민 서울대병원 교수팀, 20만명 5년간 추적관찰
항생제 남용이 약물 내성뿐 아니라 40세 이상 성인에서 우울증 발생 위험을 2배 이상 높인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미국 로체스터대 정신건강의학과 이재원 연구원, 서울대 의과학과 박선재 연구원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 항생제 장기복용과 정신질환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7~2008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최고령 79세) 19만9144명을 5년 간 추적 관찰(2009~2013년)했다. 이들은 △우울증 진단 이력 △항우울제 처방 이력 △다른 정신 및 행동 장애 진단 이력 등이 없었다.
이중 총 17만8759명(89.7%)이 관찰 기간 중 하루 이상 항생제를 처방받아 복용했다. 연구팀은 △항생제 미처방군 △(누적 처방일수) 1~14일 저빈도 처방군 △91일 이상 고빈도 처방군으로 나누어 각각 우울증 발병 위험도를 비교·분석했다.
전체 참여자 중 4342명이 우울증을 앓았는데, 항생제 처방 유무가 우울증 위험에 크게 영향을 줬다. 항생제 미처방군과 비교했을 때 1.67~2.3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누적 처방일수 91일 이상인 참여군의 실험 기간 중 우울증 위험은 2.33배 높았다. 1~14일 저빈도 처방군과 비교했을 때에도 91일 이상 고빈도 처방군은 우울증 위험이 1.6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장기복용은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을 일으켜 우울증·치매 등 신경정신질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관성은 각국에서도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만, 한국인 대상 연구는 부족했는데, 이번 연구가 처음으로 이를 규명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항생제 복용량이 많은 편이다. 2019년을 기준으로 매일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는 비율은 인구 1000명당 26.1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3번째로 높은 수치다.
박상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항생제 노출이 우울증 위험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명확한 메커니즘이 확립되기 전까지 정신건강에 미치는 항생제의 잠재적 영향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가벼운 감기나 바이러스 감염에도 항생제를 처방하는 식의 무분별한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Research)》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