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퇴직 효력 이미 발생"...첫 '퇴직금 소송'
"병원, 전공의 재취업 막아...사직서 한달 지나면 효력" 주장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이 위법하고, 소속 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 월급 등 재산상 손해를 입고 있다며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직 전공의들은 사직서 효력이 이미 발생했다며 퇴직금 청구 소송도 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 사직 전공의 2명과 가톨릭의료원 사직 전공의 1명이 전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가와 수련병원을 상대로 각각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접수했다.
원고 측은 앞서 정부가 지난 2월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린 것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해 위법하다고 봤다. 당시 정부는 "보건의료 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며 이같은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강명훈 변호사(법무법인 하정)는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으로 수련병원장들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 전공의들이 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불법 행위"라면서 "전공의들이 매달 월급을 벌지 못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이달 초 수련병원에 대한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있어 전공의들은 다른 병원에 취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직 전공의 측은 손해배상 청구액을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지난 3월부터 다른 곳에서 일하지 못해 매달 받지 못한 월급의 총액'으로 산정했다.
강 변호사는 "국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병원의 사직서 미수리로 전공의들이 다른 곳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해 적어도 원래 일하던 곳에서 받을 수 있는 월급만큼 매달 손해가 난다고 보고 그만큼 청구했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 측은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 후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며 수련병원을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도 냈다.
강 변호사는 "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공의의 사직서 제출을 퇴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퇴직금을 청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으로 사직서 제출 형식과 사직 사유, 고용계약 형태 등이 다양해 일률적으로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는 민법에 따라 당사자가 사직 의사를 밝히면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이 개인별로 소송에 나서면서 향후 집단 소송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 변호사는 "전공의들이 일주일에 80시간씩 일할 이유가 없다며 그만 두겠다고 하는 것을 국가가 막을 수는 없다"면서 "전공의들에게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집단 소송도 원한다면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