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을 몸속에서 키운다?”…작은 간 이식해 간 기능 회복했다

삼성서울병원 김종만 교수팀 수술 성공...기증 간 크기 작아도 이식 가능

최근 국내 의료진은 보다 더 ‘작은 간’을 이식해도 문제 없이 기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간암 말기 환자가 작은 간을 이식 받아 몸 속에서 용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간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김종만 교수팀은 기증자의 ‘왼쪽 작은 간(간 좌엽)’을 환자에게 이식해 몸 속에서 키우는 수술법을 시행해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진행한 이 수술 결과는 «한국간담췌외과학회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수술을 받은 환자는 자가면역성 간염으로 간경변증을 앓고 있었고 오른쪽 간에는 암세포도 있었다. 암세포 크기를 줄이기 위해 고주파 열치료를 시행했으나 재발이 우려돼 이식을 결정했다.

다행히 적합한 생체 기증자를 찾은 의료진은 간 좌엽을 이식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증자의 간 좌엽 크기는 320g으로 수혜자 몸무게의 0.6%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이식할 간의 크기가 환자 몸무게의 0.8% 미만이면 이식 후 제 기능이 어려워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수치에 일부 미달한 작은 간을 이식해도 괜찮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해당 환자는 간 이식이 절실했기에 의료진은 예정대로 간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이후 의료진은 환자의 회복 예후를 살폈다. 수술 7일 뒤 CT검사를 한 결과, 이식 수술 때보다 이식 간의 크기가 45.3%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몸 속에서 왼쪽 간이 자라나 제 기능을 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에 의료진은 암세포가 있던 오른쪽 간도 절제했다. 수술 후 합병증도 전혀 없었다.

간 이식은 뇌사자의 간 전체를 받아 이식하는 게 가장 안전하지만, 수술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차선책으로 최대한 적합한 생체 간 기증자를 찾는다. 이때 고려되는 요인이 환자의 면역 거부 요인이 없는지 여부와 생체 기증자의 간 크기가 충분히 기증할 수 있는지 여부다. 원발성 기능부전, 문맥압 고혈압으로 인한 이식 간 기능 장애 등과 같은 위험이 뒤따라 사망하거나 재이식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혜자의 간 이식 위치를 표시한 그림. 빨간 동그라미 표시된 부분이 수혜자가 절제받은 좌측 간엽이다. [사진=삼성서울병원]

따라서, 대체로 간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오른쪽 간 부위(우엽)을 이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기증자의 상황에 따라 이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면 환자는 어렵게 기증자를 찾았더라도 이식수술을 받지 못하는데, 이번 수술 결과로 간이식 수술 가능 범위가 더 커진 것이다. 기증자로서도 더 작은 크기의 간을 나누는 게 건강상 부담이 작다.

향후에는 타고난 간의 크기가 작아 환자에게 간을 기증할 수 없던 이들도 소중한 사람과 생명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만 교수는 “적절한 생체 기증자 없이 뇌사자 간 이식만을 기다리던 중증 간질환 환자들에게 생체 기증자의 작은 좌측 간을 활용해 완치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새 희망을 제시했다”며 “기증자 안전성이 확보된 수술로 수혜자와 함께 치료 후 삶의 질이 보장되어 더 많은 환자들이 완치될 수 있는 선택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닥터콘서트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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