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피플 365] 심신 지친 환자들에 위안과 격려 전하는 간호사

(15) 김설 이대서울병원 83병동 주임간호사

이대서울병원 외과계 83병동 간호스테이션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설 간호사. [사진=이대서울병원 제공]
“암 환자들은 진단부터 수술, 방사선 및 항암화학요법까지 긴 치료 과정을 겪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반복적인 치료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치기 쉽습니다. 이들은 식사나 외부 활동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정서적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2주, 3주 간격으로 입원하여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환자분들과 지내면서 저는 제가 그분들께 위안이 되는 존재였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대서울병원 83병동 김설(金雪) 주임간호사(32)는 최근 코메디닷컴과 인터뷰하며 “암 환자 간호와 신장이식 환자 간호 모두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특히 환자들과의 정서적 교류와 지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요즘 흔치 않은 3남 3녀 중 장녀인 김 간호사는 현재 외과계 병동인 83병동에서 주임간호사로 근무한다. 외과 환자에게 포괄적인 간호를 제공하며, 외과적 수술 치료에 따른 간호 요구를 중심으로 간호를 수행 중이다. 대장암 환자의 수술 전후 간호 및 항암화학요법 및 방사선 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환자분들에 대한 간호를 제공하고 있으며, 신장이식 환자에 대한 이식 전후 간호를 수행하고 있다.

2013년 이대목동병원에 입사한 김 간호사는 처음에 여성 암 환자들이 입원하는 ‘레이디병동’에서 일했고, 지금도 이대서울병원 일반외과에 소속되어서 줄곧 외과계 간호사로 일해왔다. 그는 “질환에 대해 진단을 내리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게 의사의 주요 역할이라면 간호사는 그 진단과 치료 과정에 있어 환자분들이 지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실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병동에서 간호사의 역할은 환자의 질병 치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요.

김설 간호사가 병실을 찾아 입원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이대서울병원 제공]
“임상에서 간호사가 하는 일은 주사나 경구 투약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무를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수술 및 진단을 위한 검사를 조율하고, 수술 및 검사 전 준비 사항을 확인하며, 수술과 검사 시행 후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고 이상이 있을 시 의사에게 보고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환자의 경우 사회사업팀과 연계하여 사회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식사 시 틀니가 없거나 저작 운동이 어려워 반찬을 잘 못 드시는 경우, 영양팀에 요청하여 반찬을 다져서 제공하는 등의 세심한 배려도 필요합니다. 의료서비스 제공뿐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요구를 충족시키고, 환자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안녕을 도모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근무는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일반적으로 병동 간호사는 주간(Day), 저녁(Evening), 야간(Night)으로 나누어 3교대 근무를 합니다. 그러나 저는 현재 주임 간호사로서 근무하고 있으며, 야간보다는 주간에 다른 부서와 조율해야 하는 일이 많아서 주로 주간과 저녁 근무만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근무함으로써 저는 환자 간호와 병동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료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의료 현장은 의사소통과 사고 능력이 매우 중요하며, 동시에 매우 노동집약적인 곳입니다. 미국, 일본,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신규 간호사의 교육 기간이 1년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보통 2개월의 교육 기간만 제공됩니다. 이는 신규 간호사들에게 충분한 교육 시간을 제공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만듭니다. 또한 한국 간호사들이 1인당 담당해야 하는 환자의 수는 주요 국가에 비해 3배나 많습니다. 교육 기간이 부족한 데다 업무 부담까지 크니, 신규 간호사들이 힘들게 입사해도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남은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이 더욱 커지고, 결국 그 부담은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증 환자의 경우 숙련된 간호사에게 간호받는 게 환자의 예후에 있어 중요한데, 높은 업무강도로 의료 현장에 숙련된 간호사가 줄어드는 이러한 현실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신규 간호사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고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절실합니다.”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직접 불만스러운 점을 들은 적이 있나요.

“병원에 입원하면 많은 것이 처음이고, 가장 힘들고 아픈 건 본인과 그 가족입니다. 저도 입원하거나 보호자로 병원에 있었던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가 수술하는 병동에서 일하다 보니, 환자나 보호자들이 수술이나 시술이 왜 빨리 이루어지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불만을 접하면서, 저는 먼저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을 충분히 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수술 및 시술 순서뿐만 아니라 자주 묻는 사항들을 정리하여 환자나 보호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먼저 해소해 드리기로 했고, 이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의료진이 환자와 보호자와의 소통에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환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기 전에, 그들이 궁금해할 만한 점들을 미리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감을 줄이고, 신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2019년 개원 2주년 의료원장 표창장을 받으셨는데,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매년 개원 기념일마다 우수 직원을 선정하여 의료원장상 1명, 병원장상 2명을 표창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9년 병원 개원 2주년을 맞아 의료원장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병원 홍보영상 및 원내 간호사 교육 동영상 등 다양한 교육자료 개발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평소 업무 태도와 환자 및 보호자를 대하는 태도와 함께 이러한 활동들이 병원의 이미지 개선과 내부 교육 수준 향상에 공헌했다고 평가받은 거 같습니다.”

―주임간호사로 승진하면 간호사로서 어떤 변화가 생기고 어떤 의미를 갖나요.

김설 주임간호사는 “신규 간호사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고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사진=이대서울병원 제공]
“병동은 일반간호사, 주임간호사, 파트장으로 직책이 나뉘며, 그 위로는 팀장과 간호부원장이라는 직책이 있습니다. 주임간호사로 올라가면 여러 가지 역할 변화와 책임이 따릅니다. 주임간호사는 일반간호사가 수행하는 환자 간호 역할뿐만 아니라 간호사 교육, 타 부서와의 업무 협조, 문제 상황 시 해결 등의 추가적인 업무를 맡게 됩니다. 문제 상황이 적은 야간 근무를 제외하고 주로 오후 근무를 하며, 파트장이 없을 때는 병동 전체 관리를 담당합니다. 특히 주임간호사는 병동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하며, 환자 간호와 병동 운영을 원활하게 이어 나가야 합니다. 이는 간호사 간의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고, 병동 내 질서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는 주임 간호사로서 ‘만능열쇠’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간호학 석사과정을 하고 있다는데, 어떤 전공을 하나요.

“일반간호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간호 연구자로서 기본적인 지식과 소양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관심 있는 분야는 간호교육으로, 앞으로 간호대학생이나 신규 간호사의 교육 환경에 관해 연구하고 싶습니다. 간호교육의 현실적인 교육 기간과 교육 방법을 제도화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간호사들이 더 효과적으로 교육받고, 현장에서 더 나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퇴근 후나 휴일에는 어떻게 보내나요.

“근무와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체력이 떨어져서 운동은 주 2회는 꼭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정말 바쁠 때는 30분이라도 운동하려고 합니다. 휴식할 기회가 있으면 좋아하는 책 다시 보는 걸 좋아하는데요,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해서 전집을 사놓고 시간이 날 때 보는 편입니다.”

―좌우명, 생활신조는 무엇입니까.

“제 좌우명은 ‘오히려 좋아’입니다. 힘든 일이 생기면 항상 ‘지금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더 성장할 수 있어. 이런 일이 생겨서 오히려 다행이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서운한 것은 없나요?

이대서울병원 김설 83병동 주임간호사가 코메디닷컴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 주임간호사는 전문성과 책임감, 그리고 친절이 몸에 밴 밝은 모습으로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병동 구성원들 사이에 산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이대서울병원 제공]
“저는 원래 잘 서운해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환자나 보호자들께 서운함을 느낀 적이 거의 없어요. 물론 가끔 여러 가지 문제로 화를 내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도 저에게 화를 내시는 게 아니라 상황에 대한 답답함의 표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화를 내신 후에는 보통 몇 분 지나지 않아 쓱~ 오셔서 사과하시더라고요.”

―국민건강을 위해 한 말씀 해 주세요.

“일이 바쁘고, 마음이 바빠서 하루 종일 다른 일들에 쫓기다 보면 정작 자신을 돌보지 않고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제대로 돌봐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내가 지금 힘들지 않은지, 아픈 곳이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신체적인 건강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건강도 절대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자신을 돌보는 작은 습관들이 쌓여서 더 나은 건강과 행복을 가져온다고 생각해요.”

―동생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남 3녀 중 장녀입니다. 상당히 놀라셨죠? 제 밑으로 남동생들이 내리 3명이 태어났어요. 이후 행운처럼 여동생들이 2명 태어났습니다. 동생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생들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중심을 잘 잡고 지혜롭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지금 제가 간호사로서 동료들과 환자들, 그리고 타 직종과의 의사소통과 의견조율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인생에서의 특별한 계획 같은 것이 있나요.

“특별한 계획이라기보다는, 저는 계속 성장하고 싶습니다. 현재 임상간호사로서도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하고, 연구자로서도 성장하여 어제보다 나은, 작년보다 나은 간호사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끊임없는 배움과 성장을 통해,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는 나 자신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닥터콘서트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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