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형 케타민 알약, 난치성 우울증 치료에 도움”

소량이 서서히 방출돼 환각부작용 없이 치료저항성 우울증 완화시켜

환각약물의 일종인 케타민의 유도체인 에스케타민(제품명 스프라바토)은 이미 미국에서 성인의 치료 저항성 우울증 치료제로 승인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약물성분이 천천히 방출되는 서방형(徐放型) 알약 형태의 케타민이 환각 부작용 없이 난치성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초기 연구 결과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발표된 다국적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CNN이 보도한 내용이다.

환각약물의 일종인 케타민의 유도체인 에스케타민(제품명 스프라바토)은 이미 미국에서 성인의 치료 저항성 우울증 치료제로 승인됐다. 비강 스프레이 형태의 에스케타민 외에도 케탈라(Ketalar)라는 주사제도 오프라벨 처방(허가 외 처방)이 가능하다. 모두 빠르게 작용하지만 환각효과를 일으킨다는 단점이 있다.

논문의 주저자인 뉴질랜드 오타고대의 폴 글루 교수(정신의학)가 개발하고, 뉴질랜드 제약사인 더글러스 파마슈티컬스가 제조하는 이 알약은 케타민 성분을 소량만, 그것도 며칠에 걸쳐 서서히 방출하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치료저항성이 있는 우울증 환자 231명에게 이 서방형 알약을 적당량 복용하게 하는 임상시험 실시했다. 8일째까지 168명의 환자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고, 132명은 완화를 고려할 수 있을 정도로 우울증이 개선됐다.

연구진은 이후 서방형 케타민 정제에 반응한 사람들을 무작위로 다섯 그룹으로 분류했다. 4그룹은 서방형 케타민 정제를 각기 다른 양으로 복용하게 했고, 1그룹은 위약을 복용하게 했다. 그 결과 가장 고용량의 케타민 정제를 복용한 사람은 30점 만점의 우울증 척도에서 14점이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평균 8점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용량의 사람들은 모두 위약보다 약간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높은 용량을 복용할수록 완화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의 일원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의 콜린 루 교수(정신의학)는 서방형 케타민 정제가 비강슾프레이인 에스케타민이나 주사제인 케탈라보다 더 효과적이고 싼 동시에 무엇보다 적은 양이 서서히 방출되기 때문에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에 와서 주사를 맞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2시간 동안 의료 모니터링을 받는 것보다 환자가 집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 훨씬 더 편리하다”며 “또 해리현상(환각) 없이 증세 호전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루 교수는 이번 임상시험이 서방형 케타민 정제의 효과를 측정한 첫 번째 임상시험이라며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쳐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는데 몇 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는 알약 형태뿐 아니라 주사제와 비강 스프레이 형태의 약효도 함께 비교될 예정이다. 루 교수는 “어떤 형태냐에 따라 사람들마다 약효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치료 방법을 확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여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4-03063-x)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닥터콘서트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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