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지역공동체, "필요하지만 참여 부담스러워"
1인 가구 거주자들, 지역공동체 필요성 인정 80%·참가율은 고작 9%
1인 가구 거주자들은 지역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고 참여 의향도 적지 않은 사람이 갖고 있지만 실제 참가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지역공동체 활동 자체의 중요성이나 의의를 믿지 않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여유가 없고,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심리적 부담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아산사회복지재단(아산재단) 창립 47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승현 교수는 ‘대도시 1인 가구와 지역공동체 사례 탐색’ 연구 내용 발표를 통해 "1인 가구 거주자 대부분이 지역공동체에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 교수에 따르면, 지금까지 참여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이 503명(67.8%), 과거 참여 경험이 있으나 현재 참여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170명(22.9%)이었고, 현재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69명(9.3%)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역공동체 활동 필요성 및 참여 의향을 물어보는 질문에는 △지역공동체가 필요하다 79.6% △지역공동체에 참가할 의향이 있다 34.6% 등 필요성 인식이 높고 참여 의향이 또한 낮지 않게 나타났다.
행정안전부와 통계청 자료를 보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2003년 18.3%, 2013년 25.9%, 2023년 33.6%로 계속 증가했다. 2024년 3월 현재 1인 가구의 점유율은 41.8%, 1002만 1413가구로 사상 처음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
1인 가구 3명 중 2명, 지역공동체 참여 경험 ‘없음’
이번 연구는 올해 3월 22∼28일, 서울시와 6개 광역시에 거주하는 성인 1인 가구 총 742명을 대상으로 ‘현재 1인 가구가 공동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생각과 의견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유승현 교수팀(이채림·조은별)와 대진대 보건과학대학 보건경영학과 김동하 교수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다.
지역공동체란 일정한 지역을 주요 기반으로 공동의 사회적, 정서적 유대감을 가지고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면서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추구하는 집단을 말한다.
지역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전체적으로 △지역공동체 활동의 의의나 효과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거나 확신이 없어서(55%) △지역공동체 활동보다는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활동이 더 효과적이어서(22.5%) △지역공동체 활동은 요즘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아서(13.2%) 등의 견해를 보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30대는 ‘지역공동체 활동의 의의나 효과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거나 확신이 없어서(A)’가 40%, ‘지역공동체 활동보다는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활동이 더 효과적이어서(B)’가 30.6%로, 40대 이상의 74.2%(A) 및 12.1%(B)와 다른 양상이 드러났다.
시간·돈 없고, 타인과 만남 자체가 ‘부담스러워’
참여 의향이 없는 이유는 전체적으로 △시간이나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4.9%) △타인과의 만남이 부담스러워서(19.5%) △관심사 및 가치관과 부합하는 활동이 없어서(15.3%) △굳이 내가 참가하지 않아도 될 듯해서(14.6%) 등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지역공동체를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6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인구 감소 시대의 사회복지와 공동체’ 주제로 열렸다. 2023년 아산재단의 학술연구 지원사업에 선정된 연구자 12명 중 연구 결과가 우수한 연구자 3명이 발표를 했다.
유승현 교수 외에,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장창률 교수는 ‘인구 감소 시대의 사회보험 재정 확보 방안’ 주제로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국가의 역할과 사회보험에 대한 조세 지원의 필요성을, 고려대 사회학과 김수한 교수는 ‘인구 감소 시대 기업의 가족친화제도와 고령 가족 돌봄’ 주제로 가족 돌봄에 대한 기업들의 지원체계와 정책적 활성화 방안을 소개했다.
연구 결과 발표 후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이준영 교수, 서울여자대 사회복지학과 정소연 교수,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김형용 교수, 한국교원대 교육정책학과 남재욱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해 발표자들과 함께 토론을 진행했다. 좌장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