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변 후 못 걸어" 다리 마비증상...샌드위치 '이것' 때문, 무슨 일?
대장균에 감염된 후 길랭-바레증후군 진단 받은 英 남성…마비 증상으로 걷기도 어려워
영국에서 샌드위치와 랩, 샐러드 제품에 대한 대장균 우려로 대대적인 리콜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가운데, 오염된 제품을 먹고 대장균 감염에 걸렸던 한 남성이 길랭-바레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에 걸린 일이 공개됐다.
영국 체셔에 사는 존 다니엘스(66)는 지난 5월 구매한 치킨베이컨 시저랩을 먹고 이틀 후 심한 설사와 혈변 증상을 보였다. 급히 병원을 찾은 그는 대장균 감염 진단을 받았다. 3일 후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5일이 지나자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과 쇠약감이 나타났고, 도움 없이는 걸을 수조차 없게 됐다.
다시 병원을 찾은 그는 대장균 감염에 따른 길랭-바레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그 사이 체중이 3kg 넘게 빠졌으며,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을 받고 있다. 그는 “합병증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상태가 점점 더 나빠졌다”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무언가 조치가 취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현재 11개 주요 매장에서 판매되는 60개 이상의 샌드위치, 랩, 샐러드 제품에는 ‘먹지 말라’는 경고문이 부착돼 있다. 시가독소 생성 대장균(Shiga toxin-producing E.coli, STEC)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식품안전 전문가들은 버터헤드 상추(butterhead lettuce)의 일종인 아폴로(Apollo)라는 이름의 상추가 대장균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이 상추가 어떻게 오염이 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니엘스가 먹고 대장균 감염이 된 제품은 세계 최대 샌드위치 제조업체 그린코어 그룹의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지난주 리콜 조치됐다. 해당 업체 대변인은 리콜 당시 “잠재적인 식품안전 위험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리콜했다”며 “우리 제품에 대한 식품표준청(FSA)의 어떤 검사에서도 시가독소 생성 대장균 양성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5월 25일부터 6월 11일 사이 총 211건의 대장균 감염 사례가 확인됐으며, 앞으로 환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경계 손상 일으키는 길랭-바레 증후군…증상 나타나기 전 감염 증상 경험
길랭-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라는 절연물질이 벗겨져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이다. 남녀 모두에게 발병하며, 30~40대의 젊은 층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1~3주 전부터 경미한 호흡계, 소화계 감염 증상을 경험한다.
길랭-바레 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세포-매개 면역 반응과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길랭-바레 증후군에 걸리면 갑자기 다리 힘이 약해지거나 움직이지 못하고, 통증이 생기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기 1~3주 전에 감염이나 위장관계 감염 등과 같은 질병에 노출된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으며, 필요한 경우 약물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진행을 멈추고 증상이 개선된다. 그러나 완전히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속도도 환자마다 다르다. 환자의 2~5% 정도는 완전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만성 신경병증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