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조류독감에 취약… ‘이것’ 먹이지 말아야

생우유와 생고기 주지 말고, 야생조류나 가금류 접촉 막아야

조류독감 감염은 전반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특히 고양이의 경우 감염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젖소들 사이에 조류독감이 유행하면서 반려동물인 고양이와 개도 위험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둘 다 조류독감에 감염될 수 있다. 고양이가 좀 더 취약하다. 하지만 집에서 키우며 생우유나 생고기를 먹이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몇 달간 미국에서 조류독감이 젖소를 통해 빠르게 퍼져 12개주에서 90개 소떼를 감염시켰다. 그 과정에서 다른 종에도 부수적인 피해를 입혔다. 낙농장에서 가금류 농장으로, 그리고 소에서 최소 3명의 농장일꾼이 감염됐다.

낙농장에서 키우던 고양이도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고양이 사례를 추적하기 시작한 미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말 젖소들 사이의 발병이 확인된 이후 9개 주에서 최소 21마리의 고양이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미국 농무부의 수의학 역학자인 카미 존슨 박사는 고양이들에 대해 “탄광에 사는 카나리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고양이들이 조류독감에 취약하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있었다. 2020년 고병원성 조류독감(H5N1)이 새로 출현한 뒤 많은 야생 조류를 감염시키면서 고양이를 포함한 수많은 포유류에게도 전파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의 전염병 전문가인 크리스틴 콜먼 교수는 “집고양이들은 실제로 조류 인플루엔자, 특히 H5N1에 매우 취약하다”며 “최근 집고양이 감염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의 조류독감 감염은 전반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특히 고양이의 경우 감염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콜먼 교수는 “매우 심각한 질병을 초래하고 종종 사망에 이르게 하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몇 가지 ‘합리적인 예방책’만 잘 지켜주면 반려동물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양이는 어떻게 조류독감에 걸리나?

낙농장의 고양이들은 저온살균이 이뤄지지 않아 높은 수준의 바이러스가 함유된 생우유를 마시고 감염됐다. 지난주 연방정부 발표에 따르면 조류독감이 퍼진 낙농장의 80% 이상이 고양이들을 기르고 있었고, 그 농장들 중 절반 이상에서 죽거나 아픈 고양이들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의 유제품 발병 이전에도 감염된 고양이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그 중 일부는 감염된 새를 잡아먹었을 때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야생동물 수의사인 저스틴 브라운 박사는 “조류독감에 걸려 죽은 야생조류나 가금류를 고양이가 섭취할 경우 막대한 양의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발병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2023년 한국 서울에 있는 고양이 보호소 두 곳에서 생 오리고기를 먹은 고양이들에게서 바이러스가 대량으로 발견됐다.

조류독감 걸린 고양이의 증세는?

프랑스 국립보건의료연구원의 수의역학자인 김윤중 박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양이들은 종종 심각한 병에 걸리고, 어떤 경우에는 사망률이 충격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실제 조류독감의 급습을 받은 서울의 고양이 보호소 중 한 곳은 40마리의 중 38마리가 폐사했다.

콜먼 교수의 미발표 최근 리뷰에 따르면 H5N1 바이러스가 고양이에서 67%의 사망률을 보였다. 이는 스라소니 같은 다른 종의 소수의 사례도 포함하지만, 주로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감염된 고양이들은 열, 식욕부진, 호흡곤란을 포함한 호흡기 증상들을 일으키며 콧물, 호흡곤란, 폐렴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경직, 떨림, 발작을 포함한 신경학적 증상도 흔하다. 콜먼 교수는 “광견병 증세로 오인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무증상 감염인 경우도 있지만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아직 모른다.

사람과 다른 동물에 전파 가능한가?

불분명하다. 존슨 박사는 “고양이가 전염이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농장에서 바이러스 확산에 고양이들이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서울 고양이 보호소에서의 발병사례에서도 모두 감염된 오리 생고기에 의한 것인지 일부는 고양이들끼리 전파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이에 대해 논문을 발표한 김 박사는 “고양이 대 고양이 전염을 연구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였지만 바이러스가 검출될 때쯤 죽은 고양이들 중 많은 수가 이미 폐기된 상태라 관련 역학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종전 연구는 고양이들이 일부 조류 독감 바이러스를 다른 고양이는 물론 그리고 사람에게도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2004년 발표된 한 실험실 연구는 이전 버전의 H5N1에 감염된 고양이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른 고양이들을 감염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2016년 미국 뉴욕시 동물보호소의 고양이들이 H7N2로 알려진 또다른 조류 독감 바이러스에 집단 감염된 경우도 있었다. 조사 결과, 수의사와 보호소 직원 등 최소 2명도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 모두 경미한 증상만 보이다가 회복했다.

개의 감염 위험은?

개에서도 심각한 증상을 포함한 몇 가지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캐나다 식품검사청에 따르면 2023년 봄 오타와의 한 개가 야생 거위를 물어뜯은 뒤 H5N1에 감염돼 죽었다. 같은 해 폴란드의 한 개도 H5N1에 감염돼 심한 기침과 기타 증상을 보였지만 회복됐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개는 고양이보다 바이러스에 덜 취약하고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 박사의 연구진은 최근 워싱턴에 있는 약 200마리의 사냥개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4마리의 개에서 이전에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음을 보여주는 항체를 발견했다.

브라운 박사는 “물새 사냥개는 조류독감에 걸린 야생조류를 무는 경우가 많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체가 발견된 4마리의 개는 증상을 보이지 않았고 다른 개들을 감염시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바이러스가 빠르게 변할 수 있기에 개들 역시 안심할 수 없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반려동물의 조류독감 예방법

주로 실내에 거주하는 반려동물의 감염위기는 매우 낮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신 감염 위험이 높은 생우유나 날고기를 주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렇다고 반려동물을 가둬둘 수만은 없는 노릇. 콜먼 교수는 아프거나 죽은 새나 야생 물새가 모이는 장소에 데려가지 말고 새 모이통이나 식수처에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조류독감 발생이 보고된 지역에선 밖으로 데려가는 것 자체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반려동물이 최근 병들거나 죽은 새들에 노출된 적이 있다면 증세를 관찰하고 수의사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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