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아파 못 걸어”…다리에 ‘이것’ 생긴 게 피임약 탓, 무슨 일?

복합피임약 복용으로 항인지질증후군 발병...다리와 폐 등에 혈전 생긴 20대 여성, 다행히 심장과 뇌에는 혈전 이상 없어

, 폐, 위, 왼쪽 다리에 치명적인 혈전이 여러 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리에 혈전은 엉덩이까지 퍼져 있었다. 근육이 당긴다는 느낌의 고관절 통증은 온몸에 혈전이 생겨서 나타나는 증상이었던 것이다.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보도 갈무리]
엉덩이가 아파서 운동으로 인한 근육이 당긴 것이라 여겼는데 혈전 때문이라니?

영국 노팅엄에 사는 운동광인 22세 홀리 화이트홀은 지난해 10월 왼쪽 엉덩이가 아픈 것을 처음 느꼈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기에 좀 과하게 움직인 탓으로만 생각하고 넘어갔다. 통증이 심해진 까닭에 그는 얼음찜질과 온찜질을 해봤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엉덩이와 다리의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결국 걷는 것 조차 힘들게 됐다. 부모님이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에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난소 낭종을 의심해 다른 응급실에 가보라고 했다.

노팅엄 시립병원에서 실시한 추가 검사 결과, 폐, 위, 왼쪽 다리에 치명적인 혈전이 여러 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리에 혈전은 엉덩이까지 퍼져 있었다. 근육이 당긴다는 느낌의 고관절 통증은 온몸에 혈전이 생겨서 나타나는 증상이었던 것이다.

혈전은 혈액 응고 과정을 통해 혈액이 지혈되어 생성된 최종 산물을 말한다. 이 물질은 혈액의 응고 인자 활성화로 인해 혈소판 및 피브린(혈액 응고 단백질)이 모여 응집된 암적색의 피 덩어리다.

화이트홀은 이 혈전이 발견됐을 때 기준으로 10일 후에 호주 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 6개월 여정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의료진이 이 상태로 가면 돌아오기 전에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여행도 포기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소개한 이 사연에서 그에게 혈전이 심하게 생긴 이유는 그가 복용한 복합 피임약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더해 추가 검사 결과에서 혈전 위험을 증가시키는 면역계 질환인 항인지질증후군(APS)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복합 피임약이 항인지질증후군의 트리거(촉진 유발) 역할을 했고, 혈전이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의료진에 따르면 화이트홀의 경우는 폐, 위, 왼쪽 다리에 혈전이 생겼지만 호흡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기에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다. 대개 혈전은 다리나 폐에 나타나 심장마비나 뇌졸중의 위험커서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홀은 혈전을 제거하기 위해 두 번의 수술을 받았고 고관절의 혈액 순환을 회복하기 위한 수술을 받았다. 그는 평생 동안 혈액 희석제를 복용해야 한다.

복합 피임법 1000명 중 1명 혈전 발생 위험, 복용시 잘 따져야 

실제로 NHS에 따르면 피임약과 같은 복합 호르몬 피임법을 사용하는 사람 1000명 중 1명만이 혈전 위험이 있다. 일반적으로 의사, 간호사 또는 약사는 피임약을 처방하기 전에 혈전, 심장 질환 또는 편두통과 같은 특정 위험 요인이 있는지와 더불어 혈압도 확인해야 한다.

복합 피임약을 포함한 특정 약물은 일부 사람들에게 항인지질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NHS에 따르면 건강에 해로운 식단 섭취, 운동 부족, 흡연도 위험 요인이다. 항인지질 증후군은 주로 생식 능력이 가장 활발한 시기에 있는 젊은 여성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후천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장기 또는 조직 손상으로 장애, 실직, 일상 생활의 제한, 인지 기능 장애 및 피로, 재발성 태아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작년에 3주 동안 병원에 입원한 후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복합 피임약을 복용할 때 통증을 무시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는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징후나 통증이 나타나더라도 무시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증상이 경미하다고 생각해서 치료를 미루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피임약은 혈액을 더 쉽게 응고시킬 수 있다. 이로 인해 심부정맥 혈전증으로 알려진 다리에 혈전이 생기거나 폐색전증이라고 하는 폐에 혈전이 생길 수 있다. 피임약으로 인한 혈전 발생 위험은 매우 적지만 여성이 다음 위험 요인 중 두 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 주의 해야 한다.

△35세 이상
△작년에 담배를 피우거나 끊은 경우
△과체중이나 비만인 경우
△편두통 또는 고혈압이 있는 경우
△이전에 혈전이나 뇌졸중을 앓은 적이 있는 경우
△45세 이전에 혈전이 발생한 가까운 친척이 있는 경우
△휠체어 사용자와 같이 오랫동안 거동이 불편한 경우

닥터콘서트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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