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 식물로 모유 영양소 복제 가능”

인간모유올리고당(HMO) 200여종 중 필수 3그룹 11종 생산 성공

유전자 조작 식물을 통한 HMO 제조공법이 아기에게는 더 건강하고 저렴한 분유를, 성인에게는 더 영양가 있는 비유제품 식물성 우유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인간 모유에 함유된 영양소를 대량 복제할 수 있도록 담배의 사촌뻘 식물을 유전자 조작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를 통해 모유에 더 근접한 분유 제조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처 음식(Nature Food)》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인간 모유에 세 번째로 풍부한 고형분이 인간모유올리고당(HMO)이란 영양소다. 종류가 200여 종이나 되는데 수유 중인 아기에게는 소화가 잘 안되지만 생후 1주 동안에는 장내에 서식하는 세균의 먹이가 된다. 건강한 장내 세균을 촉진시켜 HMO가 바이러스 및 세균 감염의 위험을 줄이고 다른 건강상의 이점을 가져다준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의 패트릭 쉬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호주 원주민들이 담배처럼 피우던 벤스 또는 벤시(학명 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Nicotiana benthamiana)에 유전자조작을 가해 11종의 HMO를 생산하도록 만들었다. 키가 30cm로 1.5m 이상 자라는 담배와 달리 키가 30㎝밖에 안 되는 벤스는 의학계에서 유전자 조작을 통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식물이다.

연구진은 단순한 구조의 단당류를 복잡한 구조의 다당류의 연쇄 구조를 갖도록 만드는 벤스의 당제조 기계를 재프로그래했다. 그리고 기본 당을 다양한 HMO로 조립하는 데 필요한 특정 효소를 생산하도록 설계된 유전자를 삽입했다. 유전적으로 변형된 벤스는 11개의 알려진 HMO를 생산했다.

현재 기술로는 대장균을 조작해 소수의 HMO 제조만 가능하다. 주요 제조업체에서 이를 원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많은 HMO는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하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또 다른 독성 부산물로부터 유익한 분자를 분리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제한된 수의 유아용 조제분유에만 포함돼 있다.

패트릭 쉬 교수는 “우리는 HMO의 세 가지 주요 그룹을 모두 만들었다”며 “세 그룹을 하나의 유기체에서 동시에 만든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던 걸로 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LNFP1이라는 화합물이 포함돼 있다. LNFP1은 아기들이 감염 위험을 낮춰주는 것과 관련돼 있지만 미생물 발효방식으로는 대량으로 만들 수 없다.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 식물을 통한 HMO 제조공법이 아기에게는 더 건강하고 저렴한 분유를, 성인에게는 더 영양가 있는 비유제품 식물성 우유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시 교수는 “한 개의 식물에 있는 모든 HMO를 만들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면서 “그렇게 된다면 그 식물을 갈아서 모든 HMO를 동시에 추출하고 그것을 유아용 조제분유에 추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연구진은 HMO 기반 의약품의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시 교수는 “식물들은 이미 우리의 건강에 더 좋은 기름과 지방산을 생산하도록 설계돼 있다”면서 식물을 통한 HMO 제조공법은 “유아를 위한 식물성 우유뿐 아니라 성인 식단과 건강의 많은 다른 측면들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3016-024-00996-x#Sec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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