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르포] “환자들 애끓어요”…그래도 큰 혼란은 없었다

휴진 첫날, 한적한 원내 모습...교수들 휴진 계속 이어갈지 고민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대병원 정문 앞 모습. 소속 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 돌입에 따라 이날 병원은 전반적으로 한적한 편이었다. 사진=최지현 기자.

“환자는 애가 끓어요. 이건(무기한 휴진)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에요. 정부가 있고 의사가 있는 거지, 의사가 있고 정부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조금이라도 양보해서 빨리 해결해야지…”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첫 날인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대병원을 찾은 70대 남성 식도암 환자인 A씨는 코메디닷컴에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두툼한 서류 봉투를 가슴에 안고 외래 접수대 앞에 있던 그는 지난달 27일 MRI와 내시경 검사를 받고 식도암을 발견했다. A씨는 지금까지의 진료기록을 떼려고 이날 서울대병원을 방문했다고 했다. 식도암 치료를 받을 병원을 바꾸기 위해서다.

그는 식도와 멀리 떨어진 장기 조직으로 종양이 전이된 3기 환자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 10월에나 진료를 새로 예약할 수 있다는 말에 서울대병원 치료를 포기하고 얼마 전 서울에 있는 다른 상급종합병원에 7월 초로 진료 예약을 잡았다.

기자의 질문에 “걱정되죠”, “(의사들이) 너무한 거죠”와 같이 짧게 답하던 그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나는 내놓은 목숨이라서 크게 기대를 하진 않지만, 정부와 의사가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평소처럼 진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왼쪽)과 본관 전경. 소속 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 돌입에 따라 이날 병원은 전반적으로 한적한 편이었다. 사진=최지현 기자.

서울대병원은 이날 오전은 물론 오후도 상당히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라면 진료를 시작하는 9시 전부터 본관과 암병원까지 사람들로 붐비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무기한 휴진’이라곤 하지만, 응급환자 치료는 평소와 동일하게 운영했고 중증·난치질환자의 정기 진료도 이어졌다.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담당 환자의 진료 일정을 이미 일주일 전에 조정해서 그런지 예약 하지 않고 방문한 환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4개월 만에 정기 진료를 받으러 온 60대 여성 중풍 환자 B씨는 “TV 뉴스에서 휴진한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진료를) 쉬지 않는다는 문자를 받고 잘 진료받았다”고 했다. 뇌전증을 앓고 있는 초등학생 아이의 정기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30대 부모도 같은 반응이었다. 환자의 아버지 C씨는 “제시간에 잘 와서 진료받았다”면서 “무기한 휴진 보도를 듣고 놀라 바로 전화했는데 진료 일정에 변경이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대병원 본관 1층에 의대 교수의 휴진 안내문(오른쪽)과 노조의 휴진 반대 대자보가 나란히 걸려있다. 사진=최지현 기자.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 측은 각 진료과에서 휴진율을 집계 중이나,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고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소속 교수 1475명 중 55%가 휴진에 참여하며 수술장 가동률이 전공의 사직 후 평균 62.7%에서 33.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진료 가동률과 예상 진료율을 자체적으로 집계할 예정이다.

다만, 비대위 안에서도 무기한 휴진에 대한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취재진에게 “‘무기한’이라는 수사가 환자들과 국민에게 오해를 부르는 것 같다”고 염려했다. 환자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향후 추가적 진료 일정 조정은 하지 않는 방법도 고려하겠다는 의견도 냈다.

다만, 이는 현재 비대위 전체와 협의된 방안은 아니기에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강 위원장은 “국민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태도 변화가 없는 정부를 언제까지 바라볼 것인가도 고민”이라면서 “놀라고 당황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7일 오전 취재진과 질의응답 중인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장 모습. 사진=최지현 기자.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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