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오돌토돌 발진이”…발리에서 생긴 악몽, ‘이것’ 때문

근육통 관절통 두통 일어나 독감인줄 알았는데 '뎅기열'...인도네시아 발리 여행에서 걸려, 동남아 이어 유럽에서도 뎅기열 감염 속도 급증

꿈에 그리던 휴가지에서 몸이 아파 독감에 걸렸다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뎅기열이었던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온 몸에 빨갛게 돌기가 일어난 모습.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보도 갈무리]
꿈에 그리던 휴가지에서 몸이 아파 독감에 걸렸다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뎅기열이었던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현재 뎅기열 확산 속도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증상 관련 주의가 필요해보인다.

영국 웨스트요크셔 출신인 27세의 엠마 콕스는 지난 5월 초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난 휴가가 악몽이 되어 돌아왔다. 지난 5월 6일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그는 여행 5일째부터 몸이 조금씩 안좋기 시작했다. 에어컨 때문에 냉방병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갈수록 근육통과 관절통이 심해졌고 눈 뒤의 작열감으로 잠에서 깨어나기도 했다. 엠마는 너무 불안해서 잠을 잘 수 없었고 두통으로 인해 24시간 내내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했다.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10일째 되는 날 거의 쓰러질 정도였다. 급히 영국행 비행기를 예약해 귀국했다. 영국에 도착해서는 증상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집에 온지 3일째 되던 날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빨갛게 돌기가 일어나 있었다. 발진이 생긴 것이었다. 한번 생긴 발진은 너무 가려웠고 계속 퍼져나갔다.

겁에 질린 그는 응급실로 향했다. 진단 결과, 모기 매개 바이러스에 감염된 뎅기열이었다. 엠마는 “바이러스가 제 몸 전체에 퍼진 발진을 일으켜 끔찍했고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응급실에서 격리된 엠마는 말라리아, HIV 등 수많은 항목에 대한 혈액 검사를 받았다. 당시 뎅기열이 의심된다고 말했지만 해당 의료진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는 것이 엠마의 설명. 그는 “한 시간 동안 병원에 있었는데, 의료진은 치명적이지 않으니 집에 가도 된다고 말했다. 7일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전화로 내 컨디션을 확인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엠마의 발진은 8일 만에 저절로 사라졌다.

유럽에서 뎅기열 환자 증가로 프랑스 파리 올림픽 예의 주시…물린 후 4~10일 후 증상 발현 

보건 전문가들은 유럽에서 뎅기열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유럽 대륙에서 점점 더 흔해짐에 따라 엠마와 같은 상황이 지속해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프랑스에서도 뎅기열 환자가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공중보건 과학자들은 7월에 열리는 파리 올림픽이 뎅기열 ‘슈퍼 확산 촉진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뎅기열은 근육과 관절에 심한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골절열’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중남미, 카리브해 및 동남아시아에 풍토병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지중해가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가 서식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되고 있다.

뎅기열 증상은 일반적으로 물린 후 4~10일 후에 나타나므로 휴가객은 집에 돌아 온 후에도 잠재적인 징후를 주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독감과 유사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환자는 2일에서 7일 동안 열이 지속되며, 이 기간 동안 열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감소했다가 다시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초기에는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 홍조가 동반될 수 있다. 이 단계의 다른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심한 두통, 눈 뒤 통증, 근육 및 관절 통증이 있으며, 메스꺼움과 구토, 땀샘 부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올해는 이른 봄부터 시작된 이상 고온 현상으로 모기가 활발히 번식해 확산 시기가 빨라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폭염으로 뎅기열 매개 모기가 예년보다 더 빨리 성숙하고 더 빨리 알을 낳고, 빠르게 부화하면서 질병이 번지는 추세다. 질병매개모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뎅기열 동남아에서 유럽으로 확산 중 

올해 뎅기열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인도네시아다. 4월까지 감염자가 6만2000여 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174.9% 늘었다. 4월에는 발리에서 열흘간 휴가를 보낸 호주 관광객 수십 명이 뎅기열에 걸리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올해 들어 5월 초까지 5만7200여 명, 태국에서는 지난 3월까지 1만7700여 명이 감염되는 등 발병 건수가 이미 지난해 2배를 넘어섰다.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4월 기준 2585명)과 싱가포르(1분기 5000여 명)에서도 많이 발생했다.

영국 국가 보건 서비스(NHS)에 따르면 열대 지방에 국한되었던 뎅기열 발병 사례가 작년에 유럽연합(EU)과 유럽경제지역(EEA)에서 총 130건이 기록됐으며 이는 전년도에 비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봄부터 11월 사이에 크로아티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및 마데이라 자치구와 같은 유럽 휴양지에서도 뎅기열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올해는 이른 봄부터 시작된 이상 고온 현상으로 모기가 활발히 번식해 확산 시기가 빨라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폭염으로 뎅기열 매개 모기가 예년보다 더 빨리 성숙하고 더 빨리 알을 낳고, 빠르게 부화하면서 질병이 번지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자체적으로 발생한 사례가 없다. 뎅기열은 확실한 치료제와 예방 백신이 없는 만큼 매개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는 주로 낮에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남아 등에서 낮에 야외 활동을 한다면 긴소매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뎅기열 감염이 의심된다면 검역소에서 신속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가능한 국립검역소는 인천공항, 김해공항, 청주공항, 무안공항, 대구공항 등이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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