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가 男보다 더 오래 산다"...그 결정적 이유는?
물고기 실험에서 생식세포 차단하면 암컷과 수컷 수명차 줄어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사는 이유가 생식세포에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암컷은 난자로, 수컷은 정자로 발달하는 생식세포가 수명의 성차를 유발하고, 이들 세포를 제거하면 수명이 같은 동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척추동물에서 처음으로 밝혀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일본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이 실험은 2주 안에 성 성숙기에 도달하여 수개월 동안 사는 송사리과 담수종 물고기인 킬리피시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연구진은 유사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인간과 다른 종들의 수명 차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오사카대의 이시타니 도루 교수는 “킬리피시의 노화 과정은 인간의 노화 과정과 비슷하기 때문에 인간이 반드시 더 복잡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 연구가 인간의 노화 조절을 이해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약 5% 더 오래 산다. 젊은 남성이 사고와 자살을 통해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고, 여성이 종종 더 건강한 생활 방식을 주도하면서, 다양한 요인들이 그 차이에 기여한다. 그러나 그 차이는 다른 종에서도 발견된다. 암컷 유인원과 늙은 세계 원숭이들은 그들의 수컷 원숭이들보다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경우, 기대수명 격차의 크기는 국가별로 매우 다양하다. 2020년~2022년 영국에서 태어난 사람의 기대수명은 남성이 78.6세, 여성이 82.6세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통계청 발표 2023년 자료에 따르면 남성이 79.9세, 여성이 85.6세다. 러시아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약 13년 더 일찍 사망하는데 과도한 음주와 흡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시타니 교수는 정자나 난자를 갖는 것이 남녀 간의 가장 분명한 차이점 중 하나이므로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닌지를 조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시타니 교수 연구진은 일련의 실험에서 정자나 난자로 발달하는 생식세포의 생성을 중단하면 수컷은 더 오래 살고 암컷은 평소보다 일찍 사망해 수명 격차가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시타니 교수는 “생식세포를 제거하면 수컷과 암컷의 수명이 모두 연장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남성의 수명만 연장되고 여성의 수명은 단축됐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지만 이 발견을 통해 수명의 성별 차이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연구진은 정자와 난자 생산을 막는 것이 어떻게 물고기에게 연쇄적인 영향을 줬는지 설명했다. 암컷의 호르몬 변화는 건강한 조직을 유지하는 대신 성장을 촉진하는 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감소는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였다.
수컷은 간에서 더 많은 비타민 D가 생성돼 뼈, 근육 및 피부 건강이 개선됐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이어서 킬리피시에게 비타민 D를 투여하면 수명이 연장되는지 테스트한 결과 수컷은 21%, 암컷은 7%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시타니 교수는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적절한 양”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보건 당국이 가을과 겨울에 매일 10마이크로그램 또는 400IU(비타민의 국제단위)의 비타민 D 보충제를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매일 100마이크로그램 또는 4000IU 이상을 섭취하면 해로울 수 있다.
정자가 남성의 기대 수명을 억제하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시타니 교수는 이를 뒷받침하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2012년 조선시대 내시 8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비슷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거세하지 않은 남성보다 14~19년 더 오래 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기록은 16세기~19세기의 것으로 다른 요인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영국 랭커스터대에서 수명연장을 연구하는 데이비드 클랜시 박사는 다른 동물에 대한 연구에서 생식 능력을 차단하면 특히 암컷의 수명이 증가하며 이는 성장과 번식 대 유지 및 수명 사이의 균형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서 정자나 난자 전구세포를 제거하면 암컷의 수명은 짧아졌지만 수컷의 경우 비타민 D 활성 증가와 관련된 메커니즘에 의해 성장과 마찬가지로 수명이 연장됐다”면서 “분명히 수명을 조절하는 이들 세포의 신호 전달은 이 물고기의 성별에 따라 다르며, 다른 동물들의 경우도 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i1621)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