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감량제, 지방간질환에 획기적 약효 보여”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서보두티드 임상2상 성공
체중감량제로 각광받고 있는 글루카곤유사펩티드-1(GLP-1) 계열 약물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에 획기적 약효를 보인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다국적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독일 제약사 베링거잉겔하임이 개발 중인 서보두티드(survodutide)의 2사 임상시험에서 최대 83% 환자의 지방간 지표를 실질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를 이끈 미국 스트라비츠-산얄 간질환대사건강연구소의 아룬 산얄 소장은 서보두티드가 “이 병에 대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MASH는 한동안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으로 불리던 질환이다. 건강한 간은 지방 함량이 5% 이하에 불과하다. 하지만 비이상적 지방 축적이 이뤄지면서 간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대사증후군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간이 굳는 간경화와 간암 심지어 간 이식이 필요할 정도의 위험에 빠드린다.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세계적으로 약 4명 중 1명이 이 질환에 영향을 받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MASH 치료제는 현재까지는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스메티롬(제품명 레즈디프라)이 유일하다. 또 모든 환자가 처방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새로운 임상시험은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젭바운드와 같은 GLP-1 계열 약물이 MASH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최초로 보여준 것은 아니다. 지난 11월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간질환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산얄 소장이 주도한 또 다른 연구에서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GLP-1 약인 레타트루티드(retatrutide)가 비만인들의 간에서 지방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보두티드 임상시험에는 25개국에서 온 282명의 성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간 조직에 어느 정도 섬유화(흉터)가 있는 MASH를 갖고 있었다. 환자들은 24주 동안 위약 또는 세 가지 용량의 서보두티드(2.4㎎, 4.8㎎, 6㎎) 주사 중 하나를 맞았다. 이후 24주 동안 매주 복용량을 6㎎으로 점차 늘렸다.
연구진은 48주 동안 83%의 환자가 지방간 지표가 개선됐으며 간 지방 수치가 낮고 염증이 있으며 섬유증이 악화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환자의 4분의 3은 지방간 질환이 해결됐다. 이는 간에 섬유증, 염증 및 지방이 감소한 것을 의미한다. 또 50%의 환자는 섬유증 및 간 효소가 개선되고 질병이 진행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다른 GLP-1 약물과 마찬가지로 메스꺼움, 설사, 구토 등 위장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서보두티드는 글루카콘과 GLP-1수용체에 동시 작용하는 약물이다. 글루카곤은 포도당을 생성해 혈당을 높이고, GLP-1는 인슐린 분비를 통해 혈당을 낮춘다. 연구진은 생쥐실험을 통해 이 이중작용제가 간의 지방을 더 잘 표적화해 표준 GLP-1 약물의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버지니아커먼웰스대(VCU) 교수이기도 한 산얄 교수 소장은 “이 데이터는 GLP-1 효과와 더불어 글루카곤 작용제를 통한 직접적인 간 표적이 MASH를 해결하고 섬유증을 개선하는 동시에 GLP-1 작용제의 이점을 유지한다는 것을 보여주다”고 말했다. 그는 “섬유화를 동반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에 대한 약물 개발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단일 약제가 잠재적으로 간 질환과 관련 질환을 모두 표적으로 할 수 있어 섬유화와 여러 비만 관련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수백만 명에게 희망을 제공하게 됐다”고 이번 연구결과를 부연 설명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401755)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