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2주 만에 사망"...의사 '이 증상' 발견 못했다 판결, 무슨 일?
저나트륨혈증 의사가 발견 못해 아기 사망...지난 3월 “병원 방치 잘못” 판결
태어난지 2주된 신생아가 돌연 세상을 떠났다. 황망히 떠나보낸 아이의 죽음이 병원의 과실이라고 주장하는 엄마의 사연이 전해졌다. 출산 2주 아기를 떠나 보내야 했던 이 여성은 이제 산모들에게 출산 과정을 촬영할 것을 당부했다. 어떤 이유에서 아기가 숨을 거둬야 했는지 해당 촬영 동영상이 없었다면 병원 과실을 입증하지 못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최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에 사는 로빈 데이비스(30)는 제왕절개 분만 후 14일 만에 아기가 사망하는 비극을 겪었다. 그는 분만 중 자신의 혈중 나트륨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저나트륨혈증을 의사가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한 것이 아기의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산모에게 저나트륨혈증이 있으면 아기에게 충분한 산소 공급이 이뤄지지 못해 뇌 손상을 입힐 수 있고 결국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자신의 저나트륨혈증에 대한 의학적 조치가 없이 방치된 가운데 아기는 산소부족으로 뇌에 손상을 입었고 얼마 안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전직 조산사였던 로빈은 사건이 발생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면서 저나트륨혈증에 대한 출산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들에게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출산 시 촬영을 해야한다고도 말했다. 영국에서는 출산 장면을 촬영하고자 하는 부모는 촬영에 관한정책을 확인해야 한다. 병원 측에서 원하지 않는 경우엔 촬영이 안될 수도 있다.
그는 자신처럼 출산 시 아기를 잃은 가족들이 모인 단체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해당 산부인과 진료에 대한 공개 조사를 요구했다. 단체는 “우리의 아기들은 모두 건강했다”며 “산모의 우려 등을 무시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아기는 잘 자라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침내 지난 3월 로빈은 병원 측의 산모 방치가 신생아 사망에 기여했다는 판결을 받았고, 이 결과에는 출산 당시 촬영한 영상이 도움을 줬다. 로빈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걸 알지만 내 영상이 없었다면 이런 판결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동의를 구하고 촬영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나와 남편은 아기의 죽음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기도 했다”며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끼면 목소리를 내어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에 따라 현재 해당 병원은 저나트륨혈증에 대한 새로운 지침이 긴급히 필요하다는 검시관의 의견을 반영해 의료서비스에 관련 지침과 교육을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혈중 나트륨 농도 정상보다 낮은 상태...물 많이 마셔도 위험, 심하면 뇌까지 부어
산모였던 로빈에게 나타난 저나트륨혈증은 혈중 나트륨(염분) 농도가 정상보다 낮은 135mmol 이하인 상태를 말한다. 나트륨은 체내 체액량 균형에 중요한 미네랄이다. 신경과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고 신장은 나트륨과 체액 수치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혈액 속 나트륨 농도는 뇌하수체와 신장에서 조절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때는 늘 1L당 140mmol로 유지된다.
혈액 속 수분이 증가해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면 수분이 세포 안으로 이동한다. 그 결과 저나트륨혈증 환자는 메스꺼움, 구토, 두통, 저혈압 등 증상을 겪는다. 심하면 정신 상태가 혼란해지고 의식이 저하할 수 있다. 뇌가 붓는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구토, 설사, 발한, 이뇨제 등으로 체내 수분이 부족할 때 저나트륨혈증에 걸리기 쉽다. 물을 너무 많이 마셔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신부전 환자, 심장 수축 기능이 약한 심부전 환자 등이 물을 함부로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혈증 위험이 높다. 갑상선기능저하증, 간경화, 부신기능저하증 등을 앓는 환자도 마찬가지다. 염분이 포함되지 않은 수액을 맞거나 물을 과도하게 계속 마시는 습관도 저나트륨혈증을 유발한다.
임신 중 산모 건강 관리 중요...산모·태아 나빠지면 회복 어려워
저나트륨혈증뿐만 아니라 질병, 약물 등 다양한 요인이 산모와 아기에게 위험한 상황을 유발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임신 중 산모가 수두, C형 간염, 매독 등에 감염되거나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간질, 갑상선질환 등에 걸리면 산모와 아기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를 앓거나 면역억제제,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위험할 수 있다.
임신 특성상 산모나 태아 상태가 나빠지면 다시 회복되기 어려워 위험 요인을 조기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 혈액검사, 기형아 검사, 간염 검사 등 정해진 시기에 맞춰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 건강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위험요인이 있는 산모는 분만 시 충분한 전문 인력과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진행해야 한다.
출산 중 영상 촬영?...나라·병원 정책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출산 중 촬영을 고려하고 있다면, 사전에 병원과 상의하여 정책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서면 동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출산 중 영상 촬영은 국가나 병원 정책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은 대부분 주에서 출산 중 영상을 촬영하는 게 법적으로 허용되나 의료진이 촬영을 허용하는지에 대한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 의료진이 촬영으로 인해 방해를 받을 수 있고 이들의 프라이버시도 보호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출산 중 영상 촬영이 금지돼 있진 않다. 하지만 병원마다 관련 정책이 다르고 의료진 동의 하에 촬영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