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 골퍼 박민지가 앓은 삼차신경통... "칼로 쑤시는 듯한 통증"
장진우 교수 "우울증 오인 조심...과로·스트레스는 절대 피해야"
"칼로 (얼굴을) 누가 쑤시는 것 같았다. (통증 탓에) 바람이 불면 밖에 나가지도 못했고 머리를 잘 감지도 못했다."
여성골퍼 박민지(25) 프로가 '삼차신경통'이란 병으로 고생하면서도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최초의 단일대회 4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해 화제다. 박 프로가 인터뷰에서도 밝힌 것처럼, 이 질환은 특별한 상처가 없는 데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다행히도 현재 박 프로의 건강은 상당 부분 회복한 상태다.
특히 통증은 한쪽 턱이나 뺨, 코 옆 볼 등 얼굴 주변 부위에 집중된다. 환자들은 얼굴이 감전되거나 칼로 찔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한다. 한 번 통증이 시작하면 1~2분 가량 지속하는데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이 반복된다.
병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신경회로 문제 때문이다. 뇌에서 척수로 이어지는 부위(뇌간)의 혈관이 '삼차신경'을 압박하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삼차신경은 머리 부위의 통각과 온도를 뇌에 전달하는 경로다. 실제 이들 환자의 대부분(75%)은 뇌 MRI(자기공명영상)를 촬영했을 때 혈관 압박의 영향으로 삼차신경의 경로가 변형되거나 위축된 흔적이 발견된다.
국내에선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엔 6만3775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 연령대가 높은 여성일수록 발병률이 높다. 국내 환자의 72%가 여성이며 대부분 40~50대다. 따라서, 20대 중반인 박민지 프로에게 이 병이 찾아 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다만, 이 질환의 극심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있다. 먼저 약물치료가 가능하다. 1차적으로 뇌전증(간질) 치료제로 자주 쓰이는 '카마제핀'을 복용할 수 있다. 90% 이상의 환자에서 통증이 완화한다. 다만,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흔하고 알레르기 반응도 나타날 수 있다.
약물치료가 여의치 않을 때 외과적 치료도 가능하다. 크게 삼차신경절 열응고술과 미세혈관감압술을 받을 수 있다. 삼차신경절 열응고술은 국소 마취 후 바늘을 삼차신경절까지 보내 자극을 통해 환자가 통증을 느끼는 부위의 신경을 확인한 뒤, 열로 부분 파괴하는 식이다. 치료 후 바로 통증이 사라지지만 통증 부위에 약한 감각 저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미세혈관감압술은 삼차신경에 닿아있는 혈관을 분리해 압박을 줄이는 수술이다. 치료 효과가 확실하고 감각 저하 등의 후유증이나 병의 재발 가능성도 가장 낮다. 다만, 전신마취를 해 머리뼈를 여는 수술(개두술)이기에 환자의 부담이 큰 편이다. 이외에도 직접적으로 칼을 쓰지 않는 방사선 치료인 감마나이프 수술도 가능하다.
삼차신경통 치료의 권위자인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신경외과) 교수는 "삼차신경통으로 얼굴에 갑자기 스치는 찌릿찌릿한 통증이나 안면 감각이 약간 떨어지는 증상, 음식을 먹을 때 전기가 오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간혹 정확한 질환을 찾지 못하고 항우울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통증의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용도일 뿐, 우울증과는 전혀 무관하다"면서 "약물치료만으로 해결되는 사례가 많지만, 이를 위해선 증상을 악화할 수 있는 스트레스나 과로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