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치다 울화 치민다면…그 자체로 ‘하수’

[박효순의 건강직설] 감정·스트레스 잘 조절하고 목·어깨 부상 주의해야

당구는 자기 조절 기술이 필요한 운동으로서 체력과 기술뿐 아니라 심리적 대처도 필요로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즘 당구가 대중 생활 스포츠로서 인기가 높다. 동호회도 활발하고 동창들끼리의 친목 당구도 조직화하는 추세다. 프로리그·팀리그 활성화로 중계방송의 시청률 또한 상당하다. 전국에 2만여 개의 당구장이 있고 동호인 숫자가 1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구는 예를 들어 양궁, 사격과는 다르게 상대 선수와 같은 경기대에서 같은 수구와 적구로 경기가 이루어지며, 상대 선수가 득점에 실패했을 때만 다음 샷(공을 치는 일)을 구사할 수 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대가 실패로 넘겨주는 공의 위치를 공략해야 한다.

그래서 자기 조절 기술이 필요한 운동으로서 체력과 기술뿐 아니라 심리적 대처도 필요로 한다. 당구가 멘탈(정신) 스포츠로 꼽히기도 하는 이유이다. 이런 까닭에 당구는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무리하게 되면 신체적 부상뿐 아니라 정신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입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한국체대 육조영 교수팀(차유람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 당구 선수)이 한국체대 체육과학연구소가 발행하는 학술지 «스포츠 사이언스(Sports Science)» 제41권 제1호(2023년 4월)에 발표한 ‘스포츠마사지가 당구 선수의 기분 상태에 미치는 영향’ 연구논문에 보면, 당구의 특성 중 하나는 상대 선수와 여러 샷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수비와 공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공격이나 수비가 좌절될 수 있으며, 이럴 때 보통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자신의 목표가 좌절되었을 때 나타나는 정서가 분노 혹은 울화이다. 좋은 성적을 내는 우수 당구 선수들은 자신감, 불안 조절, 주의집중, 목표설정 등 다양한 심리기술을 통해 이런 분노나 스트레스를 잘 극복한다. 자신의 분노나 울화에 끌려다닌다면 그 자체가 ‘하수’이다.

게다가 당구 선수들은 상당한 부상에 시달린다. 가장 많은 부상 부위는 목·어깨 부위(42.5%), 다음으로 허리·골반 부위(34.2%), 팔 및 손목 부위(14.2%), 무릎 발목 부위(7.5%), 대퇴·하지 부위(1.6%) 등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20년 현재 대한당구연맹에 등록된 전국 고등학교, 대학교, 실업팀 선수들 100명의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여자(56명)가 남자(44명)보다 조금 많았으며, 연령은 25세 이하(28명), 26∼30세(39명), 31세 이상(33명)이다. 연구논문은 스포츠마사지가 신체적인 통증 해소뿐 아니라 정신·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요즘은 1인당 얼마씩 금액을 내면 승패에 상관없이 화기애애하게 당구를 즐길 수 있는 ‘일일 정액제’가 많이 도입되어 있는데,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동네 당구장의 불문율 가운데 하나는 ‘패자는 카운터로 가야 한다’가 있다. 즉 패하는 사람이 당구비를 내야 한다는 뜻인데, 이런 관행은 승패에 집착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흔히 유머처럼 회자하는 ‘당구의 4대 정신’을 아시는가? 당구대처럼 넓은 정신, 큐같이 곧은 정신, 공처럼 둥근 정신, 초크의 희생정신이다. 당구 경기를 할 때는 이러한 4대 정신을 되새기면 좋겠다.

자기의 컨디션이나 신체 조건을 무시하고 과하게 경기하거나 무리한 자세를 취하거나 과정·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신체적·정신적·심리적 대미지(손상, 손해)를 입는 일이 당구 애호가들 사이에 부디 없기를….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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