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한국인 발병 원인 규명…전두엽 유전자 변이 때문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팀 연구

최근 국내 연구진이 한국계 자폐증 환자의 발병 원인이 되는 유전적 변이를 최초로 규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한국인에게서 자폐증(자폐스펙트럼 장애)이 발병하는 원인을 최초로 규명한 국내 연구가 나왔다. 특정 뇌 영역의 유전적 변이 때문이었다. 자폐증은 유전성이 높다고 알려졌지만, 그간 다양한 유전적 요인을 밝히지 못한 연구가 많았다. 특히, 기존 연구도 북미나 유럽인 대상이 많았으며, 한국인에 대한 연구는 없었던 상황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 연구팀은 한국계 자폐증의 유전적인 원인을 밝히고자 한국인 자폐스펙트럼 장애 634가구의 게놈을 분석했다.

이 결과, 인간 게놈 속 ‘짧은 연속 반복 서열(STR) 변이’가 전두엽 겉면에 분포하는 유전자들에서 나타났다. 이 변이는 수정기부터 출생까지의 유전자 생성과 염색체 조절에 큰 영향을 미쳤고, 자폐증 환자나 그 가족들의 사회 적응 능력과 사고 능력에 악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게놈은 유전자와 세포핵 속에 있는 염색체의 합성어로, ‘DNA(디옥시리보 핵산)의 집합체’를 뜻한다. 이중 ‘짧은 연속 반복 서열(STR)’은 전체 게놈의 약 7%를 차지한다. 이는 눈의 색깔과 키 등 외적 형질 차이에 영향을 준다.

다만, STR 변이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 교수는 “STR 변이는 부모 유전자도, 환경도 아닌 ‘우연히’ 일어나는 현상으로, 그 우연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 모른다. 따라서 관련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원인이 되는 새로운 유형의 유전적 변이를 규명한 최초의 연구다. 기존 북미·유럽을 대상으로 해 온 연구에서 가장 대규모의 아시아인 가족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구팀은 “한국인과 유럽인의 발병 메커니즘이 다르진 않다”면서도 “한국인의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선 한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대상으로 연구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기존 북미나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밝혀진 장애스펙트럼 장애의 원인인 유전자는 한국인의 특성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동안 유럽 인종 대상의 연구는 자폐 스펙트럼 원인을 ‘단일염기다형성(SNP)’에 무게를 두고 연구가 이뤄졌다. 이는 99.9%가 똑같은 인간의 염기서열에서 피부색, 외모, 질병에 걸릴 가능성 등에서 차이를 유발하는 0.1%의 요소를 일컫는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환자나 환자의 비자폐 부모·형제 등 총 2104명(자폐스펙트럼 장애인 641명, 부모 각 634명, 비자폐 형제 195명)의 유전자 1만2929개를 추출했다. 이를 가지고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활용해 분석했다.

자폐증은 한정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에 흥미를 보이거나 의사소통 등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이는 신경 발달 장애다. 주로 또래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대화를 지속하거나 시작하기 어려우며 비기능적인 일에 집착하는 등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유희정 교수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조기에 진단하고 빠르게 치료를 받으면 좋은 성과가 있다”며 “자폐스펙트럼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기 위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유전변이 양상을 포괄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정신의학 및 임상 신경과학(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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