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에서 진단보조·치료까지 선도적 AI 솔루션 내놓을 것”

[헬스케어 기업탐방 5] 웨이센

김경남 대표는 세계 최초 실시간 소화기 내시경 분석 소프트웨어를 상용화한 웨이센을 이끌고 있다. [사진=웨이센]
“인간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바둑마저 신진서 9단이 인공지능에게 배우는 시대가 왔잖아요. 실력을 쌓기 위해 혼자서 5년, 10년 고군분투하던 내시경실 의사들이 인공지능과 토론하고 상호검증하며 성장하는 환경도 미래가 아닌 현재입니다.”

국내 헬스케어 산업계에서 가장 활발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분야는 진단 영역이다. AI가 미리 학습한 질환의 데이터를 환자의 검사 결과와 비교해 특정 질병의 진단이나 발병 가능성 예측에 들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최근 코메디닷컴은 국내 최초 AI 기반 위·대장 내시경 분석 소프트웨어를 상용화한 김경남 웨이센 대표를 만나 사업 동향과 미래 비전에 대해 들었다.

국내 최초 소화기 내시경 솔루션 ‘웨이메드 엔도’

웨이센은 2019년 창업한 AI 의료기기 전문 스타트업이다. 웨이센(WayCen)은 영어로 ‘길’을 의미하는 Way와 ‘중심’을 의미하는 Center의 합성어로, 임상적 유효성이라는 제대로 된 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한자어 ‘위신(爲身, 몸을 위한다)’의 중국어 발음이기도 하다.

창업자 김경남 대표는 카이스트 전자공학부와 포항공대 대학원 졸업 후 삼성전자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셀바스 AI 대표이사를 맡으며 의료 분야와 IT의 융합 가능성을 발견한 뒤 창업한 것이 웨이센이다. 현재는 개발 인력 28명을 포함해 총 48명의 직원이 김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웨이센 연구진이 웨이메드 제품군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웨이센]
웨이센의 주력 제품은 국내 최초 실시간 소화기 내시경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웨이메드 엔도’다. 웨이메드 엔도는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AI 기술을 활용해 위·대장 내시경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암, 병변 등의 진단을 돕는다.

“내시경 검사는 다른 진료과와 달리 의사 혼자 이상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요. 그러다 보면 검사자의 경험이나 컨디션에 따라 질병이나 병변을 놓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 때 AI가 실시간으로 의사와 함께 영상을 분석해주면 의료진 입장에선 일종의 협진이 가능한 것이죠.”

엑스레이 촬영이나 초음파 영상의 정지된 화면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가 대부분이던 기존 영상 진단 장비 시장에서 웨이메드 엔도는 실시간 영상 분석 기능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퍼스트무버’의 전략? 탄탄한 레퍼런스 통한 시장 선점

의료 현장에서 그 필요성을 인정받은 웨이메드 엔도는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제37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IT 분야 세계 최대 박람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세계일류상품’에도 선정되는 등 기술력에 대한 검증도 마쳤다. 남은 과제는 시장 점유율 확대다.

김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웨이메드 엔도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역별 레퍼런스 확보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웨이센은 강릉아산병원, 강릉의료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중앙보훈병원 등 지방 병원이나 국립병원 위주로 웨이메드 엔도의 공급처를 늘려나갔다.

특히 국립병원 세 곳은 기계를 일부 도입한 것이 아니라 내시경실 전체에 웨이메드 엔도를 전면 도입했다는 점에서 웨이센에게는 매우 탄탄한 레퍼런스가 됐다. 이를 기반으로 웨이센은 중앙대병원, 이화여대 의대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대학병원으로 레퍼런스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웨이메드 엔도를 활용한 내시경 진단 보조 예시. [사진=웨이센]
웨이센이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영역은 해외 시장이다. 국민 소득에 비해 내시경 의료 서비스 수준이 낮은 국가를 대상으로 신규 시장 창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베트남이다. 웨이센은 2022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 하노이 소재 세인트폴 종합병원에 웨이메드 엔도를 시범 적용한 것을 시작으로 현지 판매 레퍼런스를 확장 중이다.

“소득 수준이 높은 중동 국가 역시 웨이메드 엔도의 도입에 적극적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내 11개 의료기관을 보유한 IT 기업 메가마인드와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어요. 상반기 중 메가마인드 소유 의료기관에 웨이메드 엔도 설치 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김 대표는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 6개국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을 확보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소개했다.

호흡기 등으로 영역 확장…내년께 상장 도전

소화기 내시경 분야에서 독보적인 선두주자의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김 대표의 목표는 소화기 시장이 아닌 AI 헬스케어 시장 전체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다. 웨이센의 두 번째 제품 ‘웨이메드 코프’에 이러한 기조가 반영됐다. 3~5번의 기침 소리만으로 사용자의 호흡기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제품이다.

“웨이센은 예방, 진단 보조, 치료까지 전 과정에 걸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영역이 만성질환, 그 중에서도 호흡기 질환이라고 판단했죠. 뜻을 같이한 문경민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와 함께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천식, 폐렴 환자 1000여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AI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전문 의료기기로 병원에 도입되는 웨이메드 엔도와는 달리 웨이메드 코프는 사용자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스마트폰, 스마트스피커 등과 연동될 예정이다. 현재는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투숙객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 중이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지만 공황장애나 식품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도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웨이센은 김 대표의 말처럼 예방(웨이메드 코프), 진단 보조(웨이메드 엔도), 치료(디지털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솔루션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헬스케어 기업이 자신의 영역에서 제대로 된 것을 만들기만 한다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웨이센은 지금 글로벌 트렌드를 이끄는 AI 솔루션을 만들고 있지만 시대의 흐름에 너무 휩쓸리지는 않을 겁니다. 의료 환경에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늘 바라 보며 가려고 해요.”

김 대표는 “올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면 연말에는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준비할 예정”이라며 “계획대로라면 내년께 코스닥 상장 도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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