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뇌가 꺼진다"...생후 9개월 아들 옆에서 돌연사한 女, 사인은?

뇌전증 앓고 있던 여성, 돌발성 뇌전증(SUDEP)으로 사망...환자와 가족들 잘 알지 못해 비극적 죽음 맞이해야 하는 현실에 경각심

 

31세의 다니엘라 제인이라는 여성은 지난 1월 생후 9개월 된 아들을 옆에 두고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당시 이 사건은 부검에 들어갔고, 지난 주 다니엘라의 사후 검시 결과가 나왔다. 사인은 '돌발성 뇌전증(이하 SUDEP)'.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갈무리]
31세의 다니엘라 제인이라는 여성은 지난 1월 생후 9개월 된 아들을 옆에 두고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당시 이 사건은 부검에 들어갔고, 지난 주 다니엘라의 사후 검시 결과가 나왔다. 사인은 '돌발성 뇌전증(이하 SUDEP)'.

이 용어는 뇌전증 환자가 명확한 이유가 없이 사망한 경우를 일컫는다. 뇌전증 환자와 그 가족들마저도 이 'SUDEP'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어느날 갑자기 환자의 뇌가 꺼져 황망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리 SUDEP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이 사연은 널리 공유되고 있다.

작은 딸 조지아도 뇌전증 앓고 있지만, SUDEP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준 의료진 없었다 

다니엘라는 뇌전증 환자였다. 영국 에식스에 사는 다니엘라의 엄마인 케리(51세)는 뇌전증을 앓는 두 아이를 키웠다. 케리의 다른 딸 조지아(26세)도 뇌전증을 앓고 있으며, 현재 자신도 언니와 같은 급작스런 죽음을 맞이 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케리는 수십 년 동안 딸들을 데리고 여러 병원을 방문했지만 딸이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까지 SUDEP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매년 영국에서 약 550명이 사망하는 이 질환에 대해 미리 알았다면, 9살 때 뇌전증 진단을 받은 다니엘라를 위해 더 자주 더 많이 곁에 있었을 것이라는 게 엄마인 케리의 마음이다.

뇌전증을 앓았던 다니엘라는 최악의 시기에는 한 달에 최대 30번의 발작을 일으켰다. 케리는 “제 두 딸 중 한 명은 21년 동안, 다른 딸은 13년 동안 간질을 앓았다. 그때까지 SUDEP이라는 단어는 몇번 들어봤지만 이에 대해 아무도 설명해 준 사람이 없었고 어떤 위험이 수반되는지도 몰랐다"고 호소했다.

지난 1월 24일 오전 8시 20분에 딸이 세상을 떠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지난주에서야 사인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케리는 장례식장에서도 SUDEP에 의해 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케리는 이제서야 알게된 돌발성뇌전증이 어떻게 소중한 사람을 한순간에 앗아갈 수 있는지 그 경각심에 대해 알리고 싶다.

다니엘라은 9살때 처음 발작을 일으켰다. 사촌들과 바닥에 앉아 놀다가 뒤로 넘어졌고, 발작을 일으키고, 경련을 일으키고, 몸을 떨고, 매우 이상한 소리를 냈고, 3~4분 동안 지속됐다. 그 후 몇 년 동안 다니엘라는 한 달에 20~30회 발작을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했다. 다니엘라의 경우 아무런 사전 징후나 경고가 없이 발작이 나타났다. 여러 약물을 시도해 보았지만 발작 횟수를 잠시 줄일 뿐 이내 재발했다.

17세가 되던 해, 다니엘라는 이 질환이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독립을 했다. 조교, 바텐더 등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매번 간질로 인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2022년 다니엘라는 임신을 했고, 발작은 심해졌다. 의료진은출산 합병증을 우려해 제왕절개를 하라고 권유했다. 지난해 7월 23일 아기 로니를 출산한 후 다니엘라의 발작은 '통제 불능'상태가 됐다.

발작 통제불능 상태가 되자 유전자 검사에서 SUDEP 위험 진단 나왔지만...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  

다니엘라는 발작이 심해지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병원에 유전자 검사를 요청했다. 몇 주 후, 이때 SUDEP의 위험이 있다는 진단 문서를 받았다. 뇌전증 재단은 드물기는 하지만 SUDEP를 조절되지 않는 발작을 가진 사람들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고 있다.

케리는 2023년 9월부터 이에 대한 온라인 검색을 시작했고, 밤이나 수면 중에 주로 발생하는 이 질환에 대해 전문가와 상담할 것을 딸에게 제안했다. 그렇게 다니엘라의 병원 진료 예약이 잡혔지만, 2주 전 케리는 충격적인 전화를 받았다. 1월 23일, 파트너가 야간 근무를 하러 간 사이 다니엘라는 아기와 단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당시 다니엘라는 발작을 감지하는 일종의 스마트 시계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고장 나 있었다. 생후 9개월된 아기 옆에서 다니엘라의 뇌는 꺼졌고, 숨을 거둔 것이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날, 딸의 죽음으로 인해 케리는 뇌전증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게 SUDEP의 '위험성'에 대해 알려달라는 청원을 시작했다. 누군가가 간질 진단을 받는 순간부터 그 위험성을 인식하고 SUDEP를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와 상담하고 도움을 구함으로써 발작을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케리는 왜 자신의 딸이 SUDEP에 걸려야만 했는지, 왜 갑자기 뇌가 꺼지게 된 것인지, 다니엘라가 세상을 떠났을 때 연구하고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딸의 뇌를 뇌전증 협회에 기증했다.

SUDEP, 뇌전증 환자의 예기치 못한 사망...뇌전증 환자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병률 파악 어려워

뇌전증은 특별한 요인 없이 24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2회 이상 발작, 경련을 반복하는 질환이다. △염색체 또는 유전자 이상 △선천적 뇌 구조 이상 △뇌종양·뇌혈관 이상 △중추신경계 감염 등을 그 발병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특발성 뇌전증이 30% 이상 차지해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돌발성 뇌전증, 즉 SUDEP는 뇌전증 환자의 갑작스럽고 예기치 않은 사망을 말한다. 뇌전증 환자의 경우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높으며 그중 한 가지 요인이 바로 SUDEP이다. 약물 내성 뇌전증 환자의 경우 SUDEP 비율은 1000인/년 당 9.3명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해외에서는 뇌전증의 유병률이 1000명당 4-10명 정도로 확인되고 있으며, 매년 10만명 당 20-70명의 환자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뇌전증 환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의 8년간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뇌전증 발생률은 10만명 당 2009년 28.7명에서 2017년 35.4명으로 증가했다. 유병률은 1000명당 2009년 3.4명에서 2017년 4.8명으로 늘어났다.

다만 뇌전증은 전체적이고 정확한 유병률 파악이 어렵다. 환자 스스로 뇌전증발작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숨어 지내는 환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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