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전에도 눈에 넣었는데”…인공눈물서 미세플라스틱 검출됐다고?

시중 9개 인공눈물 브랜드서 미세플라스틱 검출...한 브랜드에서 많게는 1만8천개 입자 검출

시중에서 판매되는 인공눈물 대체 용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일반 소비자들이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안약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인공눈물 대체 용액에서 각종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안약에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 이번 연구는 시중 판매되는 거의 모든 인공눈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식별한 최초의 연구다. 이전에 콘택트 렌즈를 통해서도 안구 표면에 미세플라스틱이 노출되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싱가포르 환경 테스트 및 분석 서비스 회사(Eurofins Environment Testing Australia & New Zealand) 줄리아 애거 박사팀이 호주, 뉴질랜드의 여러 기관과 협력해 진행한 이번 연구는 ‘Microplastics Identified in Commercial Over-the-counter Lubricant Eyedrops’이라는 제목으로 세계 의과학논문 사전 공개 서버 ‘medRxiv’에 최근 5월 28일 자로 발표됐다. 아직 동료 검토(peer review)를 받지 않은 프리프린트 서버에 실린 내용이다.

이 연구는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일회용 인공눈물에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뤄졌다.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9가지 인공눈물 대체 용액을 테스트했다. 연구는 광학 현미경을 사용한 시각적 분석과 8700 Agilent Laser Direct Infrared (LDIR) 화학 이미징 시스템을 통한 미세플라스틱 구성 요소 식별을 통해 진행됐다.

분석 결과, 실험에 사용된 모든 인공눈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광학 현미경을 사용한 분석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수는 브랜드 당 15개에서 많게는 1만8000개 이상으로 다양하게 검출됐다. LDIR 시스템을 통해 식별된 미세플라스틱 종류는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티렌, 폴리염화비닐,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폴리카보네이트,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 폴리아미드, 폴리우레탄 등이 있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인공눈물에 함유된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생산, 운송, 또는 저장 중에 플라스틱 바이알(plastic vial, 주로 액체 약품이나 화학물질을 보관하고 운반하기 위해 사용되는 작은 플라스틱 용기)의 2차 분해로부터 유래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에 따라 특히 만성적으로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인공눈물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종류인 (A) 폴리아미드, (B)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C)폴리에틸렌, (D) 폴리스티렌, (E) 폴리카보네이트 및 (F) 폴리프로필렌 등 레이저 직접 적외선 이미징 시스템을 사용한 검출 스펙트럼 [출처=medRxiv_ 논문 Microplastics Identified in Commercial Over-the-counter Lubricant Eyedrops]
싱가폴 연구진 크리스 홍롱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우리 몸속에 넣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준다”며 “이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작은 크기와 높은 표면적 대 부피 비율로 인해 세포 수준에서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염증과 산화 손상, 미생물 불균형, 독성 물질 노출로 건강 이상을 줄 수 있다고 보고되는 가운데, 특히 만성적으로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환자들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아 장기적인 건강 위험이 우려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첫 걸음이지만, 추가 연구를 통해 눈에 미세플라스틱의 장기적인 건강 영향, 특히 안구 표면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잘 살필 필요가 있다.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플라스틱 바이알의 안정성을 평가하고, 생산, 운송, 저장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 발생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안약과 같은 의약품의 생산 및 포장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 발생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환경 및 보건 규제 기관은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표준화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김동현 교수는 “워낙 일상의 많은 부분에 미세플라스틱이 침투해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에 용기에 담겨 있는 인공눈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 된 것도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며 “실제 우려했던 바이긴 하지만 인공눈물을 넣으면 미세플라스틱을 넣는 셈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그 양이 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아직 없고, 아주 미세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장기적으로 노출된다며 안구 표면에 상처를 입힐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회용 인공눈물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개봉 후 첫 한두방울은 버리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일회용 인공눈물은 개봉하는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갈 수 있다. 실제로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인공눈물에서 마이크로 사이즈의 플라스틱 파편이 발견된 바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눈물길을 통해 코로 들어가고, 더 깊게는 폐까지 들어갈 수 있다.

닥터콘서트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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