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이들에게 적대적인 사회…비만 낙인은 오히려 부작용만”

김유현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 대표(가정의학과 전문의) 인터뷰

가정의학과 전문의이기도 한 김유현 ‘같이건강 사회협동조합’ 대표는 비만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비만인들의 건강한 생활 회복에는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한다. [사진=김현중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쉽게 습관적으로 살 찐 사람들을 비판한다. 외모에 대한 무례한 지적들을 하면서 ‘니가 정신 차리라’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혹은 ‘널 위한 거다’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분들이 알아두셔야 할 것은 그런 말들은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비만인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비만인으로 살기란 쉽지 않다. 체중이 불면 일단 주변 사람들이 얹는 말이 많아진다. ‘얼굴 좋아졌다’는 순한 맛 평가부터, 기승전 ‘다이어트’로 귀결되는 조언들이 넘쳐난다. 때문에 살 찌면 몸의 건강도 안좋아지지만, 마음의 건강도 시든다.

2022년 출범한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이하 같이건강 조합)’은 이처럼 살 쪘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고, 소외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출범했다. 속성 살빼기 코스, 한 달 안에 기적을 보여주는 보조제같은 건 없다. 대신 ‘같이건강’을 위해 나아가고 싶은 사람들만 모였다. 2013년부터 비만 자조모임을 이끌어온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유현 대표가 이끌고 있다. 조합은 비만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비만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없애기 위한 캠페인을 벌어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김 대표 본인도 소아비만부터 시작해 직접 비만치료를 받고 있는 다이어터다. 비만 관리를 위해 의학과 운동도 공부했다.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살’에 대한 전문성을 쌓기 위해 노력해왔다.

“비만인은 너무 쉽게 공격받는 대상”…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만들고파

같이건강 조합의 전신이 된 것은 2013년부터 시작된 비만인 자조모임 비우기(비만을 아는 우리만의 이야기)다. 비우기는 간단한 외출부터 쉽지 않은 비만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모임을 결성하고 운영해온 김 대표는 2013년부터 5년 정도 익명 모임으로 진행하고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글을 남기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비만과 관련된 힘들었던 일이나 경험 등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모임을 시작했다. 스스로가 무너졌던 순간들을 먼저 열어보이면 다른 사람들도 힘들었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비만인은 어디가서 ‘맛있는 거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함부로 못한다. ‘그러니까 살을 못빼지’라는 비난이 바로 꽂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비만인들은 어디가든 쉽게 야단을 맞는다. 실제 비만 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살찌면 되레 병원에 안간다. 살이 저번보다 찌면 혼날까 봐. 혹은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등의 이유에서다. 대신 ‘살 빼고나서 가야지’ 이런 생각을 한다. 때문에 반대로 우리 조직은 비만인이 조절이 잘 안되는 상황에도 찾을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랬다. 절망적인 상황을 함께 이야기하고 풀어낼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게, 완전히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는 모임이 되고자 했다”고 말한다.

-보통 시람들에게는 비만 자조모임이 낯설다. 모임의 성격을 소개해주면?

비만 자조모임은 간단히 말하면 지나친 비만으로 고민이 많고, 체중관리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고민을 나누는 모임이다. 2013년부터 운영하던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을 모으며 시작했다. 미국에 있는 익명 알코올중독자 자조 모임인 AA모임(Alcoholics Anonymous)을 벤치마킹했다.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은 누가 만들어줬으면 했다. 비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공동체나 모임이 있었으면 했는데, 그런 모임에 참석해보면 모두 마케팅 수단인 경우가 많았다. 결국 비만인들을 운동센터 등록이나 특정식품에 돈 쓰게 만들기 위한 것들이었다. 안타까웠다. 결국 스스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라이 모르겠다’하고 시작한 거라고 할 수 있다. (웃음)

-모임은 어떤식으로 진행되나?

처음에는 정기적으로 매달 1회 모임을 진행했다. 모임 이름은 ‘비우기(비만을 아는 우리만의 이야기)’였다. 비만인들이 본인들을 드러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어, 숨겨서 비밀스럽게 모임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려 했다. 익명의 모임이기도 했기에 ‘우리만의’에 방점을 찍었다. 최근에는 비스마일 이름으로 변경해서 워크샵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비스마일은 ‘비안인을 웃을 수 있게 하는 모임’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비만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최근에는 분기에 1회씩으로 텀은 좀 더 길어졌다. 매번 워크샵 때 주제를 선정해서 진행한다.

-모임에 참석하는 이들과 가장 많이했던 고민이나 주제는?

주제는 모임마다 매번 다르게 했다. 정기적 모임이라기보다 매번 오고 싶은 이들이 참석하는 느슨한 형태였다. 오히려 이렇게 완벽한 익명성과 자율성 속에서 자신의 아픔을 더 편하게 공개하는 이들이 많았다. 서로의 힘든 부분과 절망을 나누면서 동시에 ‘살 빼고 난 다음’이 아니라 ‘지금 현재’를 즐기기 위한 노력도 많이 했다. 마라톤도 참가하기도 하고 같이 메이크업 클래스도 가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비만인들은 많은 활동을 살 뺀 뒤로 미룬다. 지금의 자신은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을 미워하면 오히려 체중을 감량하기 쉽지 않다.

-모임에 참석했던 이들의 피드백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어, 저도 치마를 입을 수 있을 줄 몰랐어요’라고 이야기하시는 분이 있었다. 앞서 말했듯 비만인들은 잘 안꾸민다. 꾸미는 것 자체를 잘 하지 않는다. 어두운 색 옷만 입고, 고무줄 바지만 입기도 한다. 살 빼고 난 다음에야 꾸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나를 꾸민다는 것 자체가 나를 소중히 하는 과정이다. 비만 치료의 길은 쉽지 않고 매우 멀다. 힘들다. 한두달이 아니라 수 년이 걸릴 수 있는 문제다. 이 긴 시간을 내내 자신을 미워하고 부정하며 지내야한다고 생각해봐라. 고통스러운 시간이 너무 길다. 더 쉽게 좌절할 수도 있다. 이걸 막으려면 자신을 사랑하고 돌봐야 한다. 그래야 오래 걸리는 길을 꾸준히 걸어갈 수 있다, 예전보다 지금은 큰 사이즈의 옷들 중에서도 예쁘고 좋은 것들이 많다. 좋은 옷을 입으면 일단 나가고 싶다. 이렇게 되면 교류할 기회도 더 생기게 된다. 고립을 벗어나 건강한 마음이 있어야 비만치료라는 먼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된다.

채찍질이 되레 건강한 살뻬기 막아… “단기간 살빼기는 필패” 

-보통은 동기부여를 위해 살이 빠지면 ‘입고 싶은’ 옷을 걸어놓고 다이어트를 하라는 조언도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

우리나라에서 온라인에서 자주 나오는 얘기가 ‘살 빼게 욕해줘’ ‘정신 차리게 욕해줘’ 이런 얘기 많이 한다. 만화나 드라마를 보면은 극적인 충격이나 상처때문에 충격을 받은 주인공이 살을 급격히 빼는 데 성공하는 사례들이 나온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5~6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전문가들이 강조한 것은 비만인에 대한 비난을 뜻하는 이른바 ‘비만 낙인’은 비만인을 더 살찌게 만든다는 점이다. 비만 낙인은 비만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 예를 들어 ‘저 사람은 비만이니까 게으를 거야’ 혹은 ‘의지가 약할 거야’ 등과 같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런 비난이나 편견이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비만인들은 고칼로리 음식을 찾거나 외부활동을 줄일 가능성이 많다.

때문에 다이어트를 할 때 자학을 하면서 하면 안된다. ‘입고 싶은 옷’을 걸어놓는다는 것은 “저 옷을 입을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부족한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스스로에게 주는 것이다. 이럴 경우 무리하게 며칠 만에 몇 kg 빼기 등의 마케팅에 넘어가기 쉽다. 지금 당장 입을 수 있는 예쁜 옷을 입으면서, 스스로에게 긍정적 동기부여를 하면 현실적 목표를 세워서 진행하는 게 더 낫다.

-비만극복이 ‘마음먹기’에 달린 일은 아니라는 말인가?

우리 몸은 살이 빠지는 걸 싫어한다. 살이 단기간에 급격히 빠지면 일단 우리 몸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단기간 급격하게 뺀 후 폭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정상적인 거다. 우리 몸에서는 큰일 났다고 생각을 해서 고칼로리 음식을 더 많이 먹게 하고 에너지 소모는 줄인다. 운동만으로 단기간에 살을 빼는 것도 쉽지는 않다. 똑같은 운동을 계속하더라도 살이 빠지면 운동 효과가 줄어든다. 그렇다고 운동 강도를 무한정으로 높일 수는 없지 않나? 때문에 단기간에 고강도 운동이 아니라 평생 해나갈 수 있는 운동습관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고민들을 비만인들과 함께 해 나가는 게 조합의 목표이기도 하다.

-무조건 빠르게 빼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같이건강의 미션은 비만인의 몸과 마음을 건강을 돌봐서 웃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정보전달이다. 우리 몸의 생리적 변화로 인해 요요 현상이 의지와 상관없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실패하면 역시 나는 살을 뺄 수 없는 사람이라면서 좌절하고 마음의 상처도 입는다. 하지만 정보를 제대로 알면 본인을 과도하게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때문에 조합은 지속적으로 노력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동시에 앞에 언급한 것처럼 비만인 주변 사람들에게도 ‘정신차리라’고 하는 말들이 오히려 가족이나 친구의 체중을 늘리게 할 수 있다는 관념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사실 세상이 변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비만인 스스로가 단단해지도록 돕는 게 단체의 일차적인 목표다.

-마지막으로 비만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우리 사회에서 비만인들은 약간 다른 종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정말 공격하기 쉬운 대상으로 본다. 콤플렉스가 마음이 아닌 외부로 나타나서 이런 경향이 더 강하다. 때문에 항상 주눅 들어 살고 있는 분들이 많을 거다. 그러나 비만인도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아셨으면 한다. 모임에 참가해 실제로 5km, 10km 마라톤을 함께 한 이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이걸 대단한 사람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힘이 들기는 하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비만인은 고독감을 많이 느끼고 나만 이렇게 고통스러운가 이런 생각들이 많이 하기는 한다. 그런 고독감을 이겨내야 오랫동안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자 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다른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으니 함께, 오래,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닥터콘서트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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