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처럼 관리하면서 잘 살 수 있어”...조현병에 대한 오해와 진실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지난 5월24일은 세계 조현병의 날이었다. 예전에 정신 분열증으로 불렸던 조현병은 전 세계적으로 2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정신 질환이다. 세계 조현병의 날을 제정한 목적은 이 질병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일반적으로 정신 질환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과 오해를 근절하는 것이다.
5월24일은 세계 조현병의 날
조현병을 둘러싼 일반적인 근거 없는 믿음은 조현병을 앓는 사람들이 분열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조현병 환자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고 한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조현병의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혼란스러운 사고, 망상, 환각 등이 있다. 조현병이라는 용어는 1910년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인 파울 오이겐 블로일러 의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조현병은 초기 성인기 또는 후기 청소년기, 일반적으로 15세에서 28세 사이에 시작된다.
또한 남성은 여성보다 이 질병을 앓을 위험이 더 높다. 남성은 여성보다 발병 연령이 빠르다. 또한 남성들은 더 많은 부정적인 증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현병은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는 △2014년 11만 4544명 △2015년 11만7352명 △2016년 11만9162명 △2017년 12만70명 △2018년 12만1439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조현병은 현실 검증 능력에 장애를 일으키는 대표적 정신 질환으로 주로 20대에 발병하는 특징을 보인다. 한 가지 원인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유전적,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
조현병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나 행동, 정서적 둔마 (정서의 폭의 현저한 감소) 등의 증상이 특징이다. 조현병 증상은 크게 양성과 음성으로 나뉜다.
양성은 환청, 망상, 비논리적 사고, 기이한 행동 등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음성은 적절한 정서적 반응이나 욕구들, 사회적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의욕들이 사라지는 등 일반 다른 사람들에게 있는 것들이 없어지는 것이다.
특히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하고, 항상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고, 주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수근 거리고 모두가 자신을 의식해서 행동한다는 관계 망상도 심해진다. 또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의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조종 망상도 나타난다.
현재 조현병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뇌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생물학적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현병의 원인을 한 가지로 설명하기는 어려우며, 생물학적 원인 및 유전적, 심리학적 원인들 또한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생물학적 원인의 경우, 뇌에 있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너무 많이 분비돼 조현병이 발생한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며, 뇌에서 왜 이러한 물질들의 이상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원인의 경우, 조현병이 다른 만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유전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조현병의 원인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스트레스 등 심리학적 원인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질적으로 뇌가 취약한 소인을 가진 사람들이 환경적으로 스트레스 혹은 충격을 받은 경우 조현병이 발생한다는 이론도 있다. 조현병은 모든 사회 계층, 전 세계에 걸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부모의 양육 태도나 어린 시절 성장 과정의 문제 때문에 생기는 병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생각하듯이 약한 정신력, 부모의 잘못된 양육, 악령 및 귀신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조현병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세계 조현병의 날을 맞아 미국의 정신과 의사와 전문 간호사가 지적하는 가장 흔한 오해에 대해 알아봤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만 약 350여만 명이 조현병을 앓고 있지만 이 질병은 여전히 낙인이 찍히고 오해받고 있다” 말한다.
그 이유는 조현병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조현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치료만 제대로 받는다면 얼마든지 일상생활이 가능한 만큼 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환각을 느끼는 것 보고 ‘조현병이다’라고 오해할지도 모른다”며 “사람들이 조현병이 진단되고 치료할 수 있는 의학적 상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현병과 관련된 대표적인 오해와 진실은 다음과 같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폭력적이다?=가장 해로운 오해 중 하나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무섭다”거나 “폭력적”이라는 생각이다. 전문가들은 “이상하거나 혼란스럽거나 무서운 방식으로 행동하는 TV나 영화의 등장인물을 조현병 진단과 혼동하는 오랜 역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들은 모두 꾸며낸 것, 각색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조현병이라는 진단은 우리가 스크린에서 보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조현병 환자가 망상을 하거나 목소리를 듣는 등 급성 발작을 경험하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으며, 때로는 화가 나거나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 사람은 자신 안에서 논쟁하거나 반응할 수 있는 무언가를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사람을 향해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증상은 약물로 관리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정신 건강 분야에서 일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었던 경험에 의하면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선하고 배려심이 많으며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들은 폭력 범죄의 가해자라기보다 폭력 범죄의 피해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한다.
조현병 환자는 다중인격을 가지고 있다?=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다중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오해가 있는데 이는 그리스어인 ‘스키저프레이아(schizophrenia)’가 “분열된 마음”을 의미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분열된 인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그들은 아프고 사건을 경험할 때 다른 행동 특성을 가질 수 있지만 성격이 분열돼 있기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지능이 떨어진다?=이런 추정은 완전히 거짓이다. 조현병을 관리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거나 재발이 반복되면 환자는 뇌의 회백질을 잃고, 인지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똑똑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일부 환자는 질병의 초기 단계에서 ‘전구 단계’로 불리는 인지 기능 저하를 경험할 수 있지만 조기 진단과 개입은 이런 증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며 “조현병을 가진 개인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 한, 예를 들어 장기 효과 주사제(LAI) 같은 것들로 증상을 조절하고 매우 잘 기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현병 증상은 환각과 망상만을 수반한다?=조현병은 임상적으로 ‘양성’과 ‘음성’으로 불리는 증상으로 구성된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망상과 환각, 행동과 생각에서의 변화는 양성 증상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증상을 경험하는 환자는 목소리를 듣거나 추가 생각, 망상 또는 고정된 잘못된 믿음을 가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환각은 단순히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며 “그것들은 사물을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느끼는 것 등 우리의 감각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음성 증상은 사람들이 주변 세계에 대한 흥미를 잃거나, 위축되거나, 일상적인 사회적 상호 작용에 관심을 갖지 않을 때이다.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들은 ‘게으르다’는 꼬리표가 붙을 수도 있고, 잘 정리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는 게으름 때문이 아니며 뇌 작용 문제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또한 “정신 운동(psychomotor)” 증상들이라고 불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들은 비정상적으로 느려 보일 수도 있고, 그들의 말과 사고 과정은 다소 지연되거나 체계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불행하게도 이러한 부정적인 증상이 계속되고 치료가 없으면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조현병 환자는 장기 또는 평생 입원이 필요하다?=급성 조현병 증상을 겪는 사람의 입원은 보통 매우 짧다. 평균 체류 기간은 약 5일 정도. 전문가들은 “하지만 환자가 약물에 반응하지 않고 스스로 안전하게 기능할 수 없는 경우, 장기적이고 더 높은 수준의 환경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은 조현병 환자들이 스스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그들이 저렴하고 안전한 주거지를 가질 수 있도록 고용 서비스와 주거 기회를 지원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의학적 관점에서 조현병은 중증도의 정도가 다르다”며 “그러나 조기 개입을 통해 잘 관리하면 개인은 고기능을 유지하면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한 구조화되지 않은 환경을 조성해 조현병이 있는 사람들이 매일 일하고, 식료품을 쇼핑하고, 운전할 수 있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조현증은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약물 치료와 지원 서비스를 통해 관리를 해야 한다. 즉, 조현병은 정신 건강 질환이지만 당뇨병, 심장병 또는 신장병 같은 신체 건강 문제와 다르지 않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뇌전증(간질)과 같은 다른 뇌 질환들에 비해 조현병에는 ‘거대한 낙인’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이는 아마도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라며 “조현병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관리를 잘 하면 문제없이 일상의 삶을 살 수 있는 질병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