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간 맥도날드만 먹어” 다큐 찍은 男 사망…혹시 가공식품 때문?

한달간 맥도날드 음식만 먹은 '슈퍼사이즈미' 다큐멘터리 감독 모건 스펄록 53세로 사망...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인 발표

한달 동안 맥도날드 햄버거만 먹는 내용의 ‘슈퍼 사이즈 미’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모건 스펄록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가공식품에 대한 경각심도 일고 있다.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보도 캡처]

한달 동안 맥도날드 햄버거만 먹는 내용의 ‘슈퍼 사이즈 미’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모건 스펄록이 지난 주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가공식품에 대한 경각심도 일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즈, 영국 데일리메일 등 보도에 따르면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로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 모건 스펄록이 53세 나이로 사망했다. 스펄록은 2004년 한 달 동안 맥도날드만 먹으며 촬영한 영화 ‘슈퍼 사이즈 미’를 제작했다. 이 영화는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지만 이후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성추행 사건도 드러나 범행 인정 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고 지난주 목요일 뉴욕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동생 크레이그 스펄록은 암 합병증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의 가족은 스펄록이 앓았던 정확한 암의 유형이나 병과 싸운 기간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2004년 해당 영화에서 한 달 동안 맥도날드 식사만 한 것과 그의 사망이 관련이 있다는 증거도 없다. 그의 건강 문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스펄록이 정크푸드만 섭취하면서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과정이 다큐멘터리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에 대한 주의 환기가 일고 있는 모양새다.

30일 동안 매 끼니를 맥도날드에서 먹으며 자신의 건강 변화를 기록한 스펄럭. 당시 검진 변화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었다.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보도 캡처]
프로듀서 스펄록, 30일간 맥도날드 음식만 먹었더니 건강에 충격적 변화 

스펄록은 극작가이자 텔레비전 프로듀서였다. 당시 한 장르로 떠오르던 리얼리티 TV의 친밀성을 선보이면서 ‘슈퍼 사이즈 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의 접근 방식은 간단했다. 스펄록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한 달 동안 맥도날드 음식만 먹고, 레스토랑 직원이 ‘슈퍼사이즈’, 즉 각 메뉴에 대해 가장 많은 양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면 이를 수락해 먹는 것이었다. 스펄록과 그의 여자친구가 출연해 30일 동안 매 끼니를 맥도날드에서 먹으며 자신의 건강 변화를 기록했다. 당시 검진 변화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었다.

스펄록은 30일 동안 약 24.5파운드(약 11.1킬로그램)의 체중이 증가했다. 한달간 그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230mg/dL로 급격히 상승했으며, 지방간 증세를 보였고, 간 효소 수치가 크게 상승했다. 그의 간 상태는 알코올 중독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악화돼 있었다. 우울증과 피로, 기분 변화 등의 정신적 문제를 겪기도 했다. 혈압과 혈당 수치도 증가한 상태였다. 혈당에서는 당뇨병 위험이 보일 정도였다.

스펄록의 이러한 실험적 다큐멘터리는 패스트푸드가 신체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강조하며, 미국 사회에서의 식습관 문제를 제기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데뷔해 2200만 달러(한화 286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스펄록은 유명 인사가 됐다. 아카데미상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일시적이긴 했지만 패스트푸드 업계에 대한 대중의 반발을 불러일으키키도 했다.

가공식품, 34가지 유형의 암 발병 요인으로 주목

스펄록의 사망 원인이 당시 가공식품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의 사망 소식에 다큐멘터리가 재조명 됐고, 가공식품의 위험성 다시금 이슈가 됐을 뿐이다. 실제 최근 수십 년 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가공식품 과다섭취는 비만이 아닌 사람이라도 최소 34가지 유형의 암과 관련이 있다.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칩, 아이스크림, 단맛의 시리얼, 델리 육류 등 초가공식품과 암 사이의 연관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초가공식품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매커니즘 중 하나는 그 구성에 있다. 이러한 식품에는 포화 지방, 첨가당 및 나트륨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비타민과 미네랄, 섬유질과 같은 영양소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초가공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통곡물, 과일 및 채소와 같이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암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할 수 있다.

더욱이 초가공식품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면 체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건강 체중을 초과하면 장암, 신장암, 췌장암, 식도암, 자궁내막암, 간암, 유방암(폐경 후)을 포함한 13가지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과체중은 종양 성장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호르몬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달고 지방 많은 음식 먹을 때, 암과 싸우는 유전자가 차단된다는 사실 밝혀지기도 

올해 초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정크푸드 섭취가 암 위험을 증가시키는 잠재적인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연구에 따르면 신체가 단 음식과 지방이 많은 음식을 분해할 때 방출되는 화합물이 암과 싸우는 유전자를 차단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체가 설탕과 지방이 많은 음식을 분해할 때 방출되는 화합물인 메틸글리옥살이 종양 퇴치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메틸글리옥살이 암의 형성과 성장을 막는 BRCA2 유전자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식품 섭취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BRCA2와 같은 유전자의 손상 정도가 증가한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연구에 따르면 붉은 육류와 설탕이 풍부한 식단을 섭취하는 50세 미만의 사람들은 신체가 음식을 에너지로 전환할 때 생성되며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구연산염 화합물의 수치가 낮다. 붉은 육류와 가공육에는 헴과 질산염과 같은 화합물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체내에서 분해될 때 장 내벽 세포를 손상시켜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화합물을 형성한다.

하루 초가공식품 350g만 먹어도 암 위험 급증

초가공식품은 사람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조리할 때 일반적으로 첨가하지 않는 성분이 포함된 식품을 말한다. 이러한 첨가물에는 유통기한을 연장하는 화학물질, 착색료, 감미료 및 방부제가 포함될 수 있다. 플라스틱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화학물질인 프탈레이트가 한 가지 예다. 해당 화학물질은 주로 식품과 접촉하는 셀로판, 플라스틱 등의 포장 및 식품 취급 장비를 통해 식품으로 유입된다. 프탈레이트 노출은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

현재까지 천만 명이 참여한 최대 규모의 증거 분석을 포함한 다른 연구에서도 즉석식품, 단 시리얼, 대량 생산된 빵과 같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암을 포함한 32가지 건강 문제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유럽 영양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0년 동안 하루에 초가공 식품을 350g만 먹어도 암 위험이 급증했다. 이는 큰 칩 한 봉지 또는 스키틀스 한 봉지 반에 해당하는 양으로 두경부암 위험이 20%, 식도 내벽에서 자라는 암의 일종인 식도 선암 위험이 25% 더 높은 것과 관련이 있다.

초가공식품의 과다 섭취는 다양한 암과 건강 문제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이는 식이 요법으로 인한 염증, 미생물 군집 파괴, 후성유전학적 영향 등 여러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닥터콘서트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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