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안 닿은 곳 없네”…전국 57개 하수장서 필로폰 검출

코카인 사용 증가 추세..식약처, 24시간 상담센터 운영

지난해 서울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한 범죄집단이 중고등학생에게 무차별하게 나눠줘 논란이 됐던 마약음료 모습. [사진=뉴스1]
지난해 전국 하수처리장 곳곳에서 마약 잔류물이 검출됐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하수 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행태’를 발표했다. 오정은 부산대 환경공학과 교수팀이 해당 연구를 수행했다.

이 결과,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하수처리장 57곳을 조사한 결과 모든 곳에서 필로폰 잔류물이 나왔다. 연구팀은 하수처리장에서 연간 분기별로 하수를 4차례 채집해 주요 불법 마약류 성분인 △필로폰 △암페타민 △엑스터시(MDMA) △코카인 등의 검출량을 분석했다.

필로폰은 조사대상이었던 전국 57개 하수장에서 모두 검출됐다. 2020년부터 해당 조사가 시행된 이래 4년 연속이다. 다만, 4년 내내 조사 대상에 포함한 하수처리장은 34곳이었다.

필로폰의 사용 추정량은 감소 추세였다. 2020년 24.16㎎에서 2021년 23.18㎎, 2022년 18.07㎎, 지난해 14.40㎎으로 줄었다. 이는 하수처리장에서 채취한 샘플의 마약류 농도를 해당 구역 주민 1000명당 일일 사용량을 추산한 수치다.

반면, 코카인 사용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코카인은 하수처리장 57곳 중 5곳에서 검출됐다. 이전에는 주로 서울 지역에서 검출됐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세종에서도 확인됐다. 전국 평균 사용 추정량도 2020년 0.37㎎에서 지난해 1.43㎎으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 필로폰은 경기 시화·인천에서 △암페타민은 청주·광주 지역에서 △엑스터시는 경기 시화·목포에서 △코카인은 서울 난지도 일대·세종에서 일일 사용 추정량이 높았다.

마약 중독치료 전문가인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은 “이미 우리 사회의 불법 마약류 사용자가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코카인 사용 추정량도 증가하는 등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류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약류 예방, 교육, 치료, 재활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향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장 역시 “국내 마약류 사용행태는 더이상 특정 지역이나 특정 층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상자별로 적절한 교육내용과 방식을 충분히 검토해 국내 실정에 맞는 마약예방교육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마약 사용 예방과 중독치료 인프라를 강화할 예정이다. 마약류 사용자의 중독 치료와 사회복귀 등 재활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함께한걸음센터’를 전국 17개소로 확대하고 24시간 전화상담센터인 ‘용기한걸음센터'(☎1342)도 운영한다. 함께한걸음센터는 기존의 중독재활센터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각 지부와 통합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개편했다. 초·중·고등학생과 취약계층 청소년, 군인 등 청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류 예방교육을 확대하고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채규한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이미 대한민국은 마약류 불법 사용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식약처는 관세청, 경찰청 등 수사기관 등과 협업해 해외 불법 유입을 차단하고 마약류 예방부터 재활까지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4년간 각 지역에서 주로 검출된 마약 종류 지도.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 마약 중독은 벗어날 수 있는 질병입니다. 마약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주변에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다면, 24시간 마약류 전화상담센터 ☎1342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닥터콘서트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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