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환자 가족 77% "집에서 돌보고 싶어"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선영 교수팀 연구..."재택 지원체계 필요"
루게릭병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하루 절반 이상을 돌봄에 사용해 10명 중 9명이 우울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10명 중 8명 가량은 '편안함', '병원 서비스 불충분' 등 이유로 집에서 돌보길 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루게릭병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을 위해 돌봄제공자 교육, 가정방문 의료서비스 등 새로운 지원체계 마련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면서 근육과 운동신경이 서서히 감소하는 희귀 신경퇴행성병이다. 병이 점차 진행될수록 거동이 불편해지고 휠체어,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에 의존하게 돼 돌봄제공자의 돌봄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집에서 생활하는 국내 루게릭병 환자와 그 가족 돌봄 현황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적었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선영 교수 연구팀은 진단된 지 1년 이상 경과한 루게릭병 환자의 가족 돌봄제공자 98명을 대상으로 △돌봄 시간 △우울증·정서적 어려움 △돌봄 준비 수준 △돌봄 역량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 10명 중 6명은 목 앞쪽에 작은 구멍을 내어 기관을 삽입해 기도로 직접 호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기관절개술을 시행한 환자의 가족이었다. 환자와의 관계는 절반 이상이 배우자(60.2%), 나머지는 자녀(34.7%)였다.
조사 결과, 가족 돌봄제공자의 돌봄 시간 중앙값은 평일 13시간, 주말 15시간으로 하루 중 절반 이상을 돌봄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대상자의 90% 이상이 우울감을 호소했고, 10명 중 약 3명은 중증 우울증이었다.
그러나 가족 돌봄제공자는 신체적·감정적·서비스·스트레스·돌봄 활동·응급상황 준비·의학적 지식 등 8개 항목으로 평가한 '돌봄 준비수준(PCS)'이 32점 중 11점에 그쳐 준비가 충분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가족 돌봄제공자 10명 중 8명 가까이(77.6%)는 요양병원이 아닌 집에서 환자를 계속 돌보기를 희망했다.
집 돌봄을 선호한 이유로는 △집이 편안해서(36.9%) △병원 서비스가 불충분해서(26.3%) △가족이므로 같이 지내고 싶어서(15.7%) △병원 환경이 불편해서(10.6%) 순이었다.
다만, 이들은 전문 의료인이 직접 방문해 진료·간호 등을 제공하는 '재택의료'에 대한 수요도는 높았다. 조사 대상 90% 이상이 재택의료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는 △24시간 의료서비스 운영 △루게릭병에 대한 전문성 △원활한 의사소통 등이었다.
이선영 교수는 "집에서 지내는 루게릭병 환자와 지속적인 가정 돌봄을 희망하지만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그 가족들을 위해 돌봄제공자 교육, 가정방문 의료서비스 등 재택의료의 확대와 단기돌봄 서비스 등 새로운 지원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가는 국제학술지 《근육과 신경(Muscle & Nerv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