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약하면 정신도 약해져"...허약할수록 우울증 높다
염증 지표와 뇌 용적 감소가 양자 관계를 매개해
신체 허약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미국 예일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의학전문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임상 환경에서 신체 허약은 다섯 가지 지표로 측정된다. 체중감소, 탈진, 쇠약감, 신체적 활동량 부족, 느린 보행 속도다. 신체 허약은 골절, 입원, 낮은 삶의 질, 조기 사망 같은 더 큰 건강 문제에 직면하게 만든다.
종전 연구에서도 신체 허약과 정신건강 저하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됐다. 연구진은 그 상관관계를 좀 더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50만 명 이상의 건강데이터를 추적하는 영국 바이오 뱅크에 등록된 37세~73세 약 35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2006년~2010년에 첫 건강 평가를 받았고 약 12년 후에 두 번째 평가를 받았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초기 평가에 기초하여 세 가지 범주로 그룹화했다. 허약하지 않음(5가지 허약 지표 중 하나도 보고되지 않은 경우), 허약 전 단계(1~2가지 지표가 보고된 경우), 허약(3가지 이상의 지표가 보고된 경우)다. 그런 다음 12년간의 추적 관찰을 통해 참가자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는지 평가했다.
그 결과, 허약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허약 전 단계’와 '허약'으로 분류된 사람은 첫 평가 후 우울증 진단을 받을 확률이 각각 1.6배, 3.2배 더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허약함의 기준을 더 많이 충족하는 사람일수록 우울증을 보고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지적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예일대 의대의 롱타오 장 박사후연구원(방사선 및 생물의학 영상학과)은 “여성이나 고령자보다 남성과 중년층(65세 미만)에서 이러한 연관성이 더 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동일한 연구의 일환으로 연구자들은 허약함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요인을 조사해 염증 분자와 뇌 구조의 기여를 밝혀냈다. 구체적으로 연구진은 허약과 우울증 사이의 관계가 제3의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매개될 수 있는지를 조사하는 통계적 접근 방식인 '매개 분석'을 수행했다.
연구진은 호중구와 백혈구, 간에서 만들어지는 C-반응성 단백질을 포함한 특정 염증 생체지표가 허약과 우울증 사이의 관계를 매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5개 뇌 영역의 부피 감소도 이 관계를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연구원은 “이는 아마도 염증 지표 또는 뇌 용적의 조절을 통해 허약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허약함이 뇌에 염증을 일으키고 뇌 구조에 변화를 일으켜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진행 과정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허약함과 우울증이 연관되어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한다.
장 연구원은 “우울증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이나 예방 전략이 없다”면서 “허약함과 우울증 사이의 중요한 연관성은 우리가 누군가의 허약 상태를 수정할 수 있다면 우울증 예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책임자인 예일대의 더스틴 샤이노스트 교수(방사선 및 생물의학 영상학과)는 허약 평가를 일상적인 건강관리 방문에 포함시키는 것이 우울증 발병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킴으로써 우울증 발병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4-48827-8)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