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도비만 UAE 여성, 출산 후 서울아산병원 찾아야 했던 이유?
난이도 높은 수술 위해 정부 소개로 한국 찾아
초고도비만과 여성질환으로 극심한 골반 통증에 시달렸던 아랍에미리트(UAE) 여성이 최근 서울아산병원에 감사 인사를 보냈다. 자국에서 치료가 어려웠던 그는 올해 초 서울아산병원에서 고난도의 로봇 자궁절제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2년여 만에 극심한 골반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UAE 국적의 자밀라(가명, 38) 씨. 지난 2022년 셋째와 넷째 쌍둥이를 출산한 네 아이의 어머니인 자밀라 씨는 키 154cm, 체중 124kg로 체질량지수(BMI)가 52 수준인 초고도비만 환자다.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인 BMI는 25 이상부터 비만으로 진단하며 35 이상이면 3단계 고도 비만에 속한다.
특히, 그는 출산 후 골반 통증과 월경 과다에 시달렸는데, 다수의 자궁근종과 심각한 골반유착, 난관수종(나팔관 끝이 손상 또는 감염으로 막혀 나팔관에 물이 차는 질환) 때문이었다. 자국에서 난관 절제와 유착 제거를 위한 복강경 수술, 피임기구인 미레나를 시술받았지만, 증상은 호전하지 않았다.
아이 넷을 돌보며 1년 넘게 골반 통증에 시달린 자밀라 씨는 결국 해외 치료를 결심했다. 이에 UAE 아부다비 보건청은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와 원격 진료자문을 통해 수술 가능 여부를 검토했다.
자밀라 씨는 앞서 받은 수술로 조직 유착이 더 심해졌던 데다 초고도비만인 탓에 로봇수술 난이도가 매우 높은 고위험군 환자였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팀은 환자 회복을 고려해 절개 부위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로봇 수술을 결정했다. 다만, 이 정도의 고난이도 로봇 자궁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은 세계 첫 시도인 데다, 역대 최대 BMI 환자였다. 이전까지 보고된 최대 BMI 수치는 41.5였다.
산부인과 질환 로봇수술 경험이 풍부하며, 단일공 로봇을 이용한 골반장기탈출증 수술을 세계 최초로 시행했던 이사라 교수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이 교수는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환자가 고통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수술을 결정했다"면서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성공적으로 수술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결국, 자밀라 씨는 올해 1월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해 지난 2월 13일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후 1개월 간 순조롭게 회복한 후 지난 3월 11일 가족이 기다리는 UAE로 돌아갔다. 최근 자밀라 씨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그는 “수술이 순조롭게 진행돼 통증도 별로 없고 수술 자국도 배꼽 안쪽으로 아주 작게만 있어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면서 "모든 치료과정 동안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과 국제진료센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중동·아랍권 국가와의 국제진료 협력을 활발히 확대하고 있다. UAE 보건당국과 꾸준히 국제진료 교류를 하며 보건당국과는 의료기술 연수·공동 연구 협약을 맺기도 했다. 2026년에는 UAE 두바이에 개원하는 소화기 전문병원을 직접 운영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도 계약을 맺으며 국내에서 해외 의학자 연수를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