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빠지는 당뇨약 ‘세마글루타이드’, 신장병 치료 새 지평 열까

노보노, 만성 신장병 임상 결과 발표...사망 위험 20% 줄여

오젬픽(위) 위고비(아래) 제품. [사진=노보 노디스크]

살빠지는 당뇨약으로 유명한 ‘세마글루타이드’ 제제가 만성 신장병(콩팥병)에도 치료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 작용제 계열약으로,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에 강력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 덴마크 소재 글로벌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치료제로, 동일한 성분으로 용량만 달리해 당뇨약 ‘오젬픽’과 비만약 ‘위고비’로 판매 중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의 만성 신장병 임상데이터를 근거로 오는 연말까지 처방 적응증 확대를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노보 노디스크는 GLP-1 유사체 작용제 세마글루타이드의 신장병 임상인 ‘FLOW 연구’의 전체 분석 결과를 제61차 유럽신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만성 신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주1회 세마글루타이드 1.0 mg을 투여한 결과 심부전과 같은 주요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18% 줄이고, 신장 및 심장 등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2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신장 기능을 대변하는 사구체여과율(eGFR)을 개선하면서, 신장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치료 혜택을 보고했다.

현재 만성 신장병은 전 세계 8억 명 이상의 환자들이 경험하고 있으며, 제2형 당뇨병 환자의 40% 정도는 만성 신장병을 동반한 것으로 조사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결국 투석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되며,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까지 높아진다.

노보 노디스크의 의료책임자인 마이클 라딘 박사는 성명을 통해 “제2형 당뇨병은 종종 심혈관 질환이나 만성 신장병을 동반하면서 복합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결과는 당뇨병과 신장병, 심장병을 동반한 환자 치료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2형 당뇨병과 만성 신장병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GLP-1 옵션 중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이 독보적인 임상근거를 쌓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현재 시장에 출시된 치료 옵션은 크게 혈압약인 RAS 억제제 계열과 경구용 당뇨약인 SGLT-2 억제제, 만성 신장병약 ‘케렌디아(성분명 피네레논)’ 등이 있다. 라딘 박사는 “케렌디아와 RAS 억제제는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SGLT-2 억제제는 신장 기능이 악화될수록 혈당 조절 효과가 약해진다”며 “각각의 치료 옵션은 강점과 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이번 임상에서 세마글루타이드의 안전성은 기존 임상 결과와 일치했다. 세마글루타이드 치료군에서는 대조군에 비해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한 비율이 더 적었으며, 약물 치료를 중단한 이유로는 계열약 특성인 위장관장애 문제가 꼽혔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번 임상자료를 근거로 미국과 유럽에서 세마글루타이드의 처방 적응증 확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오는 연말까지 신장병에 승인 신청을 확대할 계획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은 당뇨병과 비만, 신장병 외에도 알츠하이머병 치료에도 임상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과 비당뇨병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의 효과를 평가하는 두 가지 임상 ‘evoke’ 및 ‘evoke+ 연구’를 진행 중이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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