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 HPV 감염 인식 낮아…남녀 동시 예방접종 중요”

OECD 가입 38개국 중 33개국, 필수예방접종에 남성 포함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남성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과 관련된 암 발생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질병 부담과 삶의 질 저하 문제가 과소평가된 상황이다.” 남녀 성별 구분 없이 다양한 암을 유발하는 HPV 감염 예방에 국내 의료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7일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한국MSD가 개최한 HPV 예방 백신 ‘가다실9’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은 전문가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실제로 한국 남성에서 HPV 예방률은 한 자리수로 적극적인 HPV 예방사업을 펼쳐온 호주, 영국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2020년 기준 호주는 남성 HPV 백신 접종률이 78%, 영국은 만 9세에 1회 접종을 시작한 비율이 남녀 평균 60~7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통상 HPV는 여성암으로 잘 알려진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구인두암, 항문암, 질암 등 성별에 상관 없이 다양한 암을 유발한다. 국제인유두종협회(IPVS)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암의 5%는 HPV 감염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따라서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는 HPV의 특성을 고려해 남녀가 동시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암과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남성의 HPV 감염 예방에 대한 인식이 낮게 보고된다. 이 교수는 그 이유로 ▲대표적인 남성 HPV 암인 구인두암이 정기적인 검진이 이뤄지지 않거나 진단이 어렵고, ▲HPV가 남성 암의 원인이라는 인식의 부재, ▲남성에게 호발하는 HPV로 인한 생식기 사마귀 재발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질환으로 인한 삶의 질과 질병 부담이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작년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발표를 보면, 한국 남성에서 구인두암의 일종인 편도암 발생률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에서도 남성의 HPV 관련 구인두암 발생률은 이미 여성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앞섰다.

때문에 올해 4월 기준, 전세계 172개국이 국가필수예방접종(NIP)으로 HPV 예방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8개국 중 33개국이 남성 대상 NIP를 도입하고, 이 중 28개국은 HPV 9가 백신으로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이 교수는 “OECD 국가를 포함한 전세계 86개국은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 접종을 국가에서 지원한다”며 “적극적인 HPV 예방이 우리 미래 세대의 건강과 국가 보건 증진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나라 사례를 통해 충분히 확인됐으며, 국내 학계는 남녀 동시 접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다실9은 만9~45세 여성과 만9~26세 남성에서 접종이 가능하며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및 생식기 사마귀 등의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았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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