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늦추는 약 '레켐비' 등장에 진단제 시장도 '시끌'
방사성의약품 진단제 수요 증가 전망...국내 시장 1.6조원 규모
알츠하이머 표적치료제의 등장으로 치매 환자를 선별하는 방사성의약품 진단제 시장도 함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24일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고 연말 제품 공급이 예정됐다. 이에 따라 치매 진단제 시장에는 편의성이 높고 초기 단계의 환자 선별과 경과 추적까지 가능한 방사성의약품이 표준 진단법으로 급부상하는 상황이다.
이번 승인을 받은 레켐비는 뇌에서 독성 반응을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을 표적으로 하는 단일클론 항체 약물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단계, 즉 경도인지장애(MCI)나 경증 치매 환자가 주요 치료 대상으로 잡혔다. 처방을 위해서는 표적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의 축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 정도를 확인하는 방법은 뇌척수액(CSF)을 뽑는 요추 천자 검사와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한 PET-CT 촬영이 있으나, 뇌척수액검사는 환자의 고통이 심해서 원활한 사용에는 어려움이 클 것이란 평가다. 반면 방사성의약품을 사용한 PET-CT 촬영은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환자에 큰 불편 없이 진단이 가능하다.
실제로 레켐비의 임상시험 과정에서도 뇌척수액검사와 방사성의약품을 사용한 PET-CT 등을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 정도를 측정했는데, PET-CT 촬영에 환자의 순응도가 좋았다는 분석이다. 또한 해당 영상 촬영은 뇌의 베타 아밀로이드를 시각화해 정량적 분석이 가능한데, 치료제 사용 후 경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치료 비용 또한 방사성의약품 사용의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며 "비급여 기준 레켐비의 연간 투약 비용이 2000만원~3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개인과 사회적 비용 부담을 고려한다면 더욱 객관적이고 정확한 환자 선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레켐비의 환자 처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치매 진단 방사성의약품의 사용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환자당 약 50만원의 진단제 사용 금액을 고려할 때 2023년 기준 초기 치매 진단 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1.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에서 방사성의약품 진단 기술을 확보한 대표적인 기업은 듀켐바이오가 꼽힌다. 이 회사는 국내 최대 의약품 유통업체인 지오영의 자회사로, 국내 방사성의약품 업계에서 시장점유율 1위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레켐비 국내 임상 과정에서 공급된 ‘비자밀’을 비롯해, 위수탁으로 공급하는 ‘뉴라체크’까지 치매 진단 방사성의약품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했다. 현재 국내에서 글로벌 수준의 우수제조시설(GMP)을 갖춘 최다 제조소를 운영 중이다.
듀켐바이오 김상우 대표이사는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레켐비가 효과적으로 처방되는데 방사성의약품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확한 조기 진단을 통한 치료제 처방으로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우수한 품질의 진단 의약품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치매 환자 수는 2023년 기준 338만명에 달하며 매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조기 진단을 위한 치매 진단제 수요 역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