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사망자 75만 명 구할 수 있다" …어떻게?
깨끗한 물과 위생, 감염 관리 및 아동 예방접종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 등을 통해
깨끗한 물과 위생, 감염 관리 및 아동 예방접종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함으로써 약물 내성 슈퍼박테리아로 인해 숨지는 매년 75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랜싯(Lancet)》에 발표된 다국적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의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해 약물내성이 생긴 슈퍼박테리아의 진화로 인해 항생제 내성(AMR)은 세계적 큰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연구를 이끈 미국 프린스턴대의 라마난 락스미나라얀 교수는 “AMR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말라리아, 결핵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며 AMR에 대처하는 것이 신생아 생존과 건강한 노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소한 감염이 치명적인 것으로 판명되고, 제왕절개부터 암치료, 장기이식에 이르기까지 현대 의학의 중요한 시술이 실행 불가능할 정도로 위험해지는 시나리오를 경고했다. 2019년 데이터에 따르면 AMR과 관련된 세계적 사망자는 495만 명, 그중 AMR이 직접적 사인인 경우는 127만 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LMIC)’가 AMR의 영향을 불균형적으로 받고 있다. 락스미나라얀 교수와 동료들이 만든 모델에 따르면 LMIC의 AMR 관련 연간 사망자의 18%에 해당하는 약 75만 명을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진이 3단계로 추산한 그 숫자는 다음과 같다. 먼저 깨끗한 물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위생 및 위생 개선을 통해 약 24만7800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 의료 환경에서의 감염 예방 및 관리 개선을 통해선 33만7000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또한 아동 예방 접종을 통해서는 18만1500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
연구진은 특히 4가지 주요 박테리아 감염에 대한 백신 접종을 통해 매년 15세 미만 어린이 사망자 9만5400명을 직접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백신 접종을 더하면 혜택은 더 늘어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락스미나리안 교수는 “사람들은 증상이 나타나면 바이러스인지 박테리아인지 구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지 안전을 위해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이 약물내성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항생제 소비의 가장 큰 동인이 독감바이러스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2030년까지 10-20-30’ 이라는 세계적 목표를 제시한 AMR 관련 《랜싯》의 일련의 연구 중 하나다. ‘2030년까지 10-20-30’은 2019년 대비 AMR로 인한 사망률 10% 감소, 부적절한 인간 항생제 사용 20% 감소, 부적절한 동물 항생제 사용 30% 감소를 뜻한다.
락스미나라얀 교수는 이 목표가 야심 찬 목표이지만 실현 가능한 목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이후 AMR로 인한 사망자는 증가했지만, 동물의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은 이미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또한 항생제, 진단 테스트 및 백신에 대한 접근성 향상과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과 유사한 항생제 접근성 및 내성에 관한 독립 패널을 설립하여 AMR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지침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그들은 “박테리아 병원균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신속한 대응을 역설했다.
논문을 검토한 영국 옥스퍼드대의 벤 쿠퍼 교수는 예방 가능한 사망자 75만 명이라는 추정치는 신중하고 철저한 분석에 근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우리가 이미 이 문제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저렴한 수단을 이미 갖고 있음을 강조한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감소를 달성하려면 항생제 내성 해결에 대한 만성적인 전 세계적 투자 부족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24)00862-6/abstract)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