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글루티드, 신장 안 좋은 당뇨병 환자 사망 위험 낮춰"
당뇨성 신장병 환자의 신부전 및 사망 위험 20%이상 줄여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체중 감량제 위고비의 공통 약물인 세마글루티드가 당뇨병과 만성 신장질환을 함께 갖고 있는 환자의 신부전과 사망 위험을 크게 줄여준다는 구체적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호주 미국 덴마크 연구진은 이 약이 일반적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신장학회(ERA)와《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동시 발표된 연구결과를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세마글루타이드 제약사인 덴마크의 노보 노르디스크는 지난해 10월 참가자들에게 위약을 계속 투여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독립적인 데이터 안전성 모니터링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신장병 임상시험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그 구체적 임상시험 결과가 이날 공개된 것이다.
당뇨병과 만성 신장병이 함께 있는 3533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에서 매주 세마글루타이드 주사를 맞은 사람은 위약을 맞은 사람보다 신부전 및 신장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을 포함한 '주요 신장 질환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2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부전은 한쪽 또는 양쪽 신장이 더 이상 자체적으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발생하며 투석이나 신장이식밖에 치료법이 없다.
또한 세마글루티드 투약군은 위약군에 비해 심장마비 및 기타 주요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29% 낮았으며, 시험 기간 동안 모든 원인으로 사망할 확률은 20% 낮았다. 연구진의 일원인 미국 워싱턴대 의대의 캐서린 터틀 교수(신장학)는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이 광범위한 혜택을 본다는 사실에 황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의 신장 전문의 사미르 파리크 교수는 “신장병과 심장병 사이의 연관성이 깊기 때문에 이는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2형 당뇨병과 만성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신장 문제가 신부전으로 진행되기 전에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파리크 교수는 심장병과 만성 신장질환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안타깝게도 서로를 강화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여기에 제2형 당뇨병이 추가되는 것은 심장과 신장을 포함한 신체의 작은 혈관을 손상시킬 수 있기에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1990년과 2019년 사이에 약 30% 감소했다. 의료 서비스의 개선과 금연 등 사람들의 행동 변화 덕분이다. 반면 만성 신장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심장 관련 사망률은 이와 같은 감소세를 보이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만성 신장질환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8억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공동 책임연구자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블라도 퍼코비치 교수(신장내과)는 “여러 면에서 이들은 심혈관 사망 위험이 줄어들지 않은 마지막 집단 중 하나”라며 세마글루티드가 잠재적 치료제로 사용된다면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의사들은 혈압 약을 포함한 약물로 만성 신장질환을 치료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법은 신장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대표적으로 당뇨병 치료제인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 억제제’가 만성 신장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주요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규명됐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만성 신장질환의 주요 원인이자 선진국 신부전 사례의 절반을 차지하는 당뇨병성 신장질환 환자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 때문에 더 많은 치료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었다고 터틀 교수는 말했다.
학계에선 혈당을 조절하는 세마글루티드가 신장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임을 이미 다른 임상시험을 통해 미뤄 짐작하고 있었다고 캐나다 맥마스터대의 헤르첼 거스타인 교수(내분비학)는 설명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신장질환 진행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이를 확실히 입증했다는 것이다.
이번 임상시험은 또한 세마글루티드가 신장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약물을 주사한 참가자들은 신장의 노폐물 여과 능력을 측정하는 '추정 사구체 여과율'을 더 건강하게 유지했다. 또 위약군 보다 소변에서 알부민 단백질의 양이 더 적었다. 알부민의 수치가 높다는 것은 신장의 혈관이 새고 있다는 신호이며 신장 기능이 저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체지표다.
세마글루티드가 신장에 도움이 되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연구진은 신장의 염증을 줄이는 것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메커니즘이 있을 수 있지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풀어야 할 과제는 더 있다. 세마글루티드가 당뇨병 없이 만성 신장질환을 겪는 환자들에게 비슷한 효과를 발휘할까? 또 SGLT2 억제제와 같은 만성 신장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다른 약물과 어떻게 겹쳐지는지, 그리고 다른 약물과 병용하면 효과가 있을지도 그에 포함된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403347)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