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일주일 휴진' 철회… "정부가 환자들 버려"
"우리가 진료할 수밖에 없는 상황"...정부엔 "올해만이라도 일단 멈춰달라" 호소
의대 증원 확정 시 일주일 휴진을 예고했던 의대 교수들이 해당 계획을 철회했다. 다만,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처분 등 위해를 가한다면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24일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서울 송파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앞서 전국 19개 의대 교수들이 소속한 전의비는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확정하면 일주일간 집단휴진을 시행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전날 저녁에는 총회를 열고 이를 논의했으나, 해당 방침을 일단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냈다.
최창민 전의비 비상대책위원장(서울아산병원)은 "환자들의 피해가 명확한 상황에서 우리가 그렇게까지(일주일 휴진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면서 "우리(의대 교수)가 지금처럼 중증·응급 환자를 진료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의사면허 정지 처분 등 위해를 가한다면 앞서 결의했던 대로 행동하겠다고도 경고했다. 최 위원장은 "만약 전공의들의 면허정지를 시키거나 한다면 어쩔 수 없다"며 "예전에 하기로 했던 것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질 텐데 정부가 그렇게까지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의대 증원 강행으로 전공의 복귀 가능성이 없어졌다면서 이를 초래한 정부가 오히려 '환자를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환자의 진료나 안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고, 교수들은 정부가 환자를 버린 걸로 판단했다"면서 "정부는 강력한 조건을 달아놓고 왜 우리에게는 조건 없이 나오라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의 요구사항은 변화가 없는데도 정부는 가장 중요한 의대 정원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절대로 변화할 수 없다고 하면서 마치 전공의들이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고 책임을 떠 넘기고 악마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 위원장은 "정부가 아무것도 처리를 안 하고 압박 수위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에게) 나오라고 우리가 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공의, 학생들의 입장을 물어보고 해도 증원이 멈추지 않는 한은 다른 돌파구가 지금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 대해서는 의견을 아무리 얘기해도 대응을 안 하고 '휴학 안돼, 무조건 어떻게든 돌아와'라고 얘기하니 대화할 분위기가 안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이 운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선 "세계 최고의 의료를 자부하던 대한민국이 이제 의료 수준의 퇴보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이 자연적으로 도태되길 바라고 종합병원이 의사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단 이유다.
최 위원장은 "정부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미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는 중증, 응급환자를 담당하기에도 벅찬 상태"라며 "병원의 재정악화로 인해 많은 의료진들이 노력하고 있음에도 조만간 병원의 도산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살리겠다고 하는 필수의료부터 급격하게 붕괴되고 있다"며 "한국 의료는 이전과 다르게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고 필수 의료는 붕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정부에 올해라도 우선 의대 증원 등 관련 정책을 멈춰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그는 "올해만 잘 순조롭게 넘어가면 협조적으로 할 것"이라며 "올해는 제발 의대 정원에 대해 젊은 의사들과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해 한 번쯤은 멈춰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