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막염인데 수액과 진통제만" …결국 사망한 10대 女
뒤늦게 항생제 투여했지만 숨져…장기 기증으로 4명의 생명 살리고 떠나
의료진이 뇌수막염의 징후를 놓치는 바람에 항생제 투여가 늦어져 한 십대 소녀가 사망했다.
영국 매체 더선에 의하면, 영국에 사는 미아 기네버(19)는 세균성 뇌수막염과 싸우다 2022년 3월 9일 중환자실에서 세상을 떠났다. 인후통, 두통, 몸살로 시작된 증상은 극심한 두통, 섬망, 발진으로 빠르게 진행됐다. 증상이 악화된 지 일주일 후 미아는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의료진은 바이러스 때문이라며 미아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증상은 계속 악화되어 통증이 심해졌고 몸에 생긴 붉은 반점이 사라지지 않자 엄마와 함께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응급실에 간 미아는 목이 뻣뻣해지고 눈에 띄게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미아는 엄마에게 죽지 않게 해달라고 애타게 호소했다. 병원에 도착한 지 5시간이 지나서야 한 수련의(인턴)가 미아를 진찰했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미아의 증상이 바이러스 때문이라며, 추가 검사나 항생제 처방은 하지 않고 수액과 진통제를 주었다. 이후 교대를 한 다른 의사가 마침내 추가 검사를 지시했고, 세균성 뇌수막염임이 확인됐다. 병원에 도착한 지 8시간이 지나서야 항생제를 투여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미아는 뇌가 심하게 부어 올랐고, 이틀 후 사망했다.
병원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미아가 두 번째로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수막구균 패혈증이 발병한 상태였다. 해당 병원은 뇌수막염과 패혈증에 대해 적절히 평가하지 않은 점과 두 번째 병원 방문 시 NHS(영국 국민의료서비스)의 프로토콜에 따라 1시간 이내에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은 점을 인정했으며, 바이러스성이라는 초기 진단에 대한 ‘의식적 편견’에 의해 의사결정이 반복적으로 영향 받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아의 엄마인 멜(47)은 “눈 앞에서 딸의 상태가 악화되는 걸 지켜보며 무력감을 느꼈다”며 그럼에도 “의사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세상에 베풀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고 자신의 삶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던 미아는 아무 잘못 없이 모든 미래를 빼앗겼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아는 장기 기증을 통해 4명의 생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미아의 사망 이후 그의 부모는 뇌수막염 백신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뇌수막염 연구 재단을 위해 7만 파운드(약 1억 2000만원)을 모금했다.
즉각적 치료 필요한 세균성 뇌수막염
뇌수막염은 뇌와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수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뇌수막염은 인구 10만 명당 11~27명 정도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바이러스가 뇌척수액 공간으로 침투해 발생하는 급성무균성수막염이다. 그 외에 폐렴연쇄구균, 인플루엔자간균, 수막구균 등에 의한 세균성 수막염이 있다.
뇌수막염의 공통적 증상은 고열과 심한 두통이다. 뇌 실질을 침범한 경우에는 의식, 성격 변화와 함께 경련 발작이 나타날 수 있고 증상이 심한 경우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증상은 대개 갑작스럽게 시작되며, 가장 흔히 나타나는 두통의 경우 일반적 감기나 독감과 비교할 때 그 강도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진행 양상은 원인에 따라 다양하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1~2일 내에 급격하게 진행되며,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3~4일 정도에 걸쳐 진행된다. 바이러스 뇌수막염은 정상적인 면역력을 가진 경우 증상에 대한 완화 요법만으로 비교적 잘 치료된다. 반면, 세균성수막염이 의심되면 즉시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적절한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세균성수막염의 치사율은 평균 10~15% 정도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