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형당뇨병 환자, 감염병 돌면 결핵백신 맞아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제1형당뇨병 환자에겐 썩 효과 없어…결핵백신, 각종 감염병에서 보호 역할 톡톡
제1형당뇨병 환자는 앞으로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심각해지면 BCG 백신(결핵 예방 백신) 주사를 맞아야 할지 모르겠다. 100년 역사의 결핵 예방용 BCG백신이 제1형당뇨병 환자를 중증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효과를 톡톡히 발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연구팀은 BCG 백신이 제1형당뇨병 환자를 중증 코로나19 및 기타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으로 두 차례의 임상시험 결과 나타났다고 밝혔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은 제1형당뇨병 환자에겐 이렇다할 보호 효과를 내지 못한다. 제1형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이 나오지 않는 병이다.
연구의 공동 제1 저자인 데니스 파우스트만 부교수(면역생물학연구소장)는 "제1형 당뇨병 환자는 감염병에 매우 취약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매우 나쁜 결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mRNA 코로나19 백신이 이 취약한 제1형당뇨병 환자 그룹에 썩 효과적이지 않다. 따라서 BCG백신이 제1형당뇨병 환자의 코로나19 증상 악화를 막는 보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제1형당뇨병 환자 141명을 모집해 BCG백신이 코로나19 등 감염병에서 이들을 보호해주는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두 차례 임상시험을 했다. 연구팀은 참가자 93명(실험군)에게는 BCG 백신을 5~6회 접종했고 48명(대조군)에게는 가짜 백신을 접종한 뒤 36개월 동안 추적관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BCG 백신은 바이러스 변종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코로나19에 대해 지속적인 보호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우스트먼 부교수는 "BCG 백신이 예방효과를 완전히 내려면 2년 이상 걸린다. 하지만 백신을 여러 번 접종하면 그 과정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시험 참가자는 결핵에 걸린 적도, BCG 백신을 접종받은 적도 없었다.
연구팀에 의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치명적이지만 감염성이 낮았던 초기 2상 임상시험(2020년 1월~2021년 4월)에서 BCG 백신의 효능(유효성)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및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의 효능과 비슷한 92%를 기록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34개월 동안에는 BCG 백신이 54.3%의 유의미한 효능을 보였다. 2상 임상시험(15개월) 결과는 《셀 리포츠 메디슨(Cell Reports Medicine)》에 실렸고, 3상 임상시험(18개월)은 감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종이 유행하던 코로나19 팬데믹의 후반기에 실시됐다.
연구팀은 BCG 접종을 받은 사람이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감염률과 코로나19 자체의 발병률이 낮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특히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존슨 코로나19 백신이 제1형당뇨병 환자를 별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파우스트만 부교수는 "BCG 백신은 코로나19, 유행성 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및 기타 감염병의 모든 변종에 대해 거의 평생 동안 예방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Late in the US pandemic, multi-dose BCG vaccines protect against COVID-19 and infectious diseases)는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