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폐암 환자, 수술 전과 후 '면역항암제' 사용길 열려
종양 크기 감소 및 재발 방지 목적 허가, 전문가들 "치료 성적 향상 기대"
국내 조기 폐암 환자 치료에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수술 전 종양 크기를 줄이기 위해 면역항암제를 사용하거나, 수술 후에도 재발 방지 목적으로 약물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사용되는 항암화학요법 치료는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데 한계가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23일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2개 폐암 보조요법 적응증 허가 간담회에 참석해 전문가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비소세포폐암은 수술 후에도 5년 내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며 "초기에(15개월 이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질병 부담이 큰 암종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보조 항암치료는 암의 재발과 사망 위험 감소에 매우 중요했으나, 항암화학요법 중심의 기존 치료 옵션은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있어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며 “키트루다의 적응증 확대 허가 소식은 해당 폐암 환자들도 치료 혜택을 입증한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12월 절제 가능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로서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서 단독 사용에 허가를 받았다. 뒤이어 이달 14일 절제술과 백금기반 화학요법제 치료를 받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에도 적응증을 확대하며 폐암 영역에서의 입지를 다졌다.
실제 임상에서 관찰된 치료 효과는 두드러졌다. 2기와 3A기 또는 3B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키트루다를 사용한 임상(KEYNOTE-671 연구) 결과, 키트루다는 치료제 사용의 바이오마커로 쓰이는 PD-L1 발현율과 무관하게 기존 치료 대비 ▲사망 위험 28% 감소 ▲수술 후 재발 위험 41% 감소 등의 치료 혜택을 확인했다.
더욱이 1B기, 2기 또는 3A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키트루다의 효과를 평가한 임상(KEYNOTE-091 연구)에서도 PD-L1 발현율과 무관하게 ▲재발 위험 24% 감소 ▲1년 가까이 연장된 무질병 생존(DFS) 지표를 나타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홍관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도 자리해 외과적 절제가 가능한 조기 병기 폐암의 질환적 특징에 대해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대개 1기에서 3기 폐암은 근치적 목적의 수술을 표준치료로 진행한다. 하지만 해당 병기의 환자라도 종양의 크기가 지나치게 크거나 상대정맥 침범, 종격동 림프절 침윤 등 종양의 위치에 따라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존재하고, 수술적 절제 후에도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된다.
김 교수는 “조기에 폐암을 발견한 환자라도 종양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해 표준치료를 받기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이제는 키트루다 선행 보조요법을 통해 수술 전 종양의 크기를 줄이고, 미세전이를 감소시킴으로써 수술의 경계선에 놓여있던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할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표준치료로 권고되는 보조요법을 통해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으로서 수술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서 재발 위험을 낮춰 사망 위험 감소, 전체 생존율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키트루다를 공급 중인 한국MSD의 의학부 김수정 전무는 “키트루다는 국내에 허가된 면역항암제 중 비소세포폐암 영역에서 가장 많은 적응증을 보유했다"며 "환자들의 수명 연장을 위한 임상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