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까지 침범한 미세 플라스틱"...인간 고환에 3배 더 많이 발견
동물 고환이나 인간 여성의 태반과 비교한 결과
인간의 고환에는 동물의 고환이나 인간의 태반보다 3배나 높은 수준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성 과학(Toxicological Sciences)》에 발표된 미국 뉴멕시코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CNN이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의 일원인 뉴멕시코대의 매슈 캠펜 교수(약학)는 “이들 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길이가 0.5 마이크로미터(μm) 미만이고 폭은 20~200 나노미터(nm) 정도의 초미세플라스틱”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불임, 고환암 및 기타 암을 유발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역할을 확인하거나 부인하기 위해 이 주제에 대한 연구를 크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세 입자가 주요 장기의 개별 세포와 조직에 침입하여 세포 과정을 방해하고 비스페놀, 프탈레이트, 난연제, 과불화화합물(PFAS) 같은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과 중금속을 침착 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내분비학회(ES)에 따르면 내분비 교란 물질은 인간의 생식 기관을 방해하여 생식기 및 생식기 기형과 여성 불임, 정자 수 감소를 유발한다. 실제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일부 지역의 정자 수는 지난 50년 동안 최소 50% 감소했다고 ES는 지적했다.
연구진은 16세~88세에 숨진 23명의 시체의 고환에서 발견된 12가지 종류의 미세플라스틱과 47마리의 개 고환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을 비교 조사했다. 캠펜 교수는 “인간 고환의 미세 플라스틱 파편과 종류가 개에서 발견된 것보다 3배나 많았다”면서 “개들은 바닥에 떨어진 것을 먹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더 심각하게 다가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나이든 남성들의 고환에서 플라스틱 파편이 더 많이 발견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않았다고 캠펜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남성의 생식 능력이 가장 높은 20세~45세 에 플라스틱 수치가 더 높았다가 55세 이후에는 감소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이는 인체가 이러한 플라스틱을 제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남성의 고환은 젊을수록 에너지 수요가 많다. 따라서 그로 인해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캠벨 교수는 설명했다. 여기에 우리가 노출되는 플라스틱의 수가 10~15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플라스틱 노출량이 두 배가 되는 15년 후 또 네 배가 되는 30년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라고 그는 지적했다.
연구진은 또한 지난 2월 《독성 과학》에 발표했던 62명의 인간 태반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수준과 이번 인간 고환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수준을 비교했다. 당시 태반 샘플에서는 조직 1g당 6.5~790마이크로그램(μg) 수준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당시 연구를 주도했던 캠펜 교수는 “고환에서 플라스틱 수치는 태반에서 본 것의 3배나 됐다”며 “그러나 태반의 수명은 약 8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생식 조직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된 중국 연구진의 논문은 6개의 인간 고환과 30개의 정액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으며 동물 연구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정자 수에 영향을 미치고 남성 성기의 호르몬 및 기타 장애를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임신한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연구는 임산부가 플라스틱 입자를 섭취하거나 호흡한 지 24시간 후 태아의 뇌, 심장, 간, 신장 및 폐에서 플라스틱 화학 물질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 조직 손상 및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동물실험 결과 심박수를 변화시키고 심장 기능을 저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소아과학회의 식품 첨가물 및 어린이 건강에 관한 정책 성명서에 따르면 식품 및 식품 포장 제품에 포함된 프탈레이트 및 기타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치가 있다. 미국 뉴욕대 랭곤 헬스의 레오나르도 트라산데 박사(환경소아과)는 “그 하나는 가능하면 스테인리스와 유리로 된 용기를 사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academic.oup.com/toxsci/advance-article-abstract/doi/10.1093/toxsci/kfae060/7673133?redirectedFrom=fulltext&login=false)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