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피플 365] "최후의 방어선 같은 곳" …20년 넘게 중환자실 지키는 남자 간호사

(13) 김현욱 순천향대 서울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김현욱 간호사가 중환자실 앞에서 환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사진=순천향대 서울병원 제공]
"중환자실 환자들은 건강을 되찾는 과정이 쉽지 않고 극적인 경우가 많아 중증 환자가 회복되면 그것만으로도 보람이 있습니다. 중환자실 퇴실 후 직접 전해주시는 ‘감사의 손편지’를 받으면 감동해서 모두가 서로 칭찬하며 보람을 느낍니다."

병원 중환자실은 응급실과 함께 가장 생명을 구하는 가장 중요한 의료 공간이다. 근무자들은 항시 긴장감 속에서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한 채 환자들을 돌본다. 그런 덕분에 중환자들은 대개 좋아져서 얼마 후 일반 병실로 옮겨 간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중환자실 김현욱 간호사(45)는 최근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은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똑같은 바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만 20년 중환자실에 근무하면서 항상 느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간호사가 근무하는 성인 중환자실은 중환자실 1파트(내과계), 중환자실 2파트(외과계)로 구분되어 있다. 김 간호사는 중환자실 2파트 소속이다. 파트는 구분되어 있으나 장비와 물품, 탈의실을 공유한다. 격리실 4침상 포함 총 28침상을 운영한다.

김 간호사는 "응급실이 환자치료의 전초기지라면 중환자실은 최후의 방어선 같은 곳"이라며 "인력과 시설, 장비 등이 집약된 곳으로 병원 내에서 치료와 돌봄이 가장 집중되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중환자실에서 어떤 일(역할)을 하십니까.

중환자실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김현욱 간호사. [사진=순천향대 서울병원 제공]
"중환자실 2파트에서 간호업무를 수행하는데 파트장(수간호사)을 제외하곤 모든 직급의 간호사가 2명 내외의 환자를 담당하여 업무를 수행합니다. 근무조에서는 선임을 맡고 있어요. 학생들의 교육과 중환자실 내 장비팀장을 맡아 의료기기의 사용 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환자실에는 언제부터 근무했나요?

"2003년 4월 입사하여 정형외과 병동으로 배치됐으나 2개월 후인 6월에 중환자실로 발령받아 지금까지 중환자실에서 근무 중입니다. 만 20년이 넘었습니다."

―중환자실 근무는 본인이 원한 건가요? 그렇다면 이유는.

"입사 때 특수파트 근무를 원하면서 중환자실을 특정하진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엔 간호사는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대학 시절 실습하며 다양한 간호사의 실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병동에도 남자간호사는 없었고 남자에 대한 여자 환자들의 거부감도 경험했던 터라 ‘일반병동은 힘들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수술실과 중환자실 간호사 전문성을 보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실습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들의 지식과 업무능력, 당당한 모습을 보면서 ‘멋지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중환자실 근무하는 간호사 중 남자간호사가 많은가요?

"저를 포함하여 3년차 남자간호사 1명, 총 2명입니다. 제가 중환자실 첫 번째 남자간호사이고 지금까지 많은 남자간호사가 있었으나 대부분 5년을 넘기지 못하고 떠났는데 조금 아쉽지요. 그래도 지금 함께하고 있는 후배 남자간호사가 잘해서 희망이 있습니다."

―남자간호사로서의 혜택이나 장점이 있을까요?

"입사 초엔 남자 공채 1기 유일한 남자간호사이니 눈에 띄어서 원내 각종 경진 대회나 행사 등에 중환자실 대표로 많이 참석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다른 부서 사람들과도 교류하면서 병원 생활 적응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어느 부서든 아는 얼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업무적으론 하는 일이 다 같아서 특별한 혜택은 없으나 중환자실이 힘쓸 일인 많은데 제가 좀 유리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반대로 남자간호사여서 느끼는 소외감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눈에 띄는 것은 장점도 되지만 단점도 됩니다. 솔직히 20년 이상 다니면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가끔 저를 언니처럼 대하기도 하는데, 성적 정체성의 혼란이 오기도 합니다. 오히려 지금은 성별보단 세대차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지요."

―국민건강을 위한 한 말씀 해주세요.

김현욱 간호사는 외과계 중환자실의 선임이다. [사진=순천향대 서울병원 제공]
"건강에 자만은 금물입니다. 젊음은 완벽한 백신이나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젊은 환자들이 심·뇌혈관 질환으로 중환자실로 입원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대부분 평소 혈압이나 혈당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않는 분들입니다. ‘젊은데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치료나 관리를 소홀히 하고 지내다가 쓰러지고 입원하게 되는 것이지요."

―좌우명, 취미, 특기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좌우명은 ‘아프니까 환자다’ 입니다. 중환자실 환자들은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치고 힘든 상황에 놓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환자의 편에서 그들의 행동과 말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취미는 차 안에서 혼자 음악 듣고 소리 지르기인데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입니다. 특기라고 한다면 ‘아재 개그’라고나 할까요. 호불호가 있지만 직원 대화 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엔 남자간호사가 현재 몇 명입니까.

"우리 병원에는 총 24명의 남자간호사가 재직 중이며 전체 간호사의 2.7% 정도입니다. 적은 수이지만 ‘순남회’라는 친목 모임이 있어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병원 생활에서 오는 어려움 들을 일반 직장 다니는 친구들은 이해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문제들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병원 생활을 무난히 해나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합니다."

―그동안 간호사로 근무하며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면.

"좋았던 순간은 그리 오래 기억되지 않는데 항상 안타까운 일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중환자실 환자 중에 사연 없는 환자는 없고 모든 사망에는 아쉬움과 슬픔이 있는데, 입사 후 처음으로 사망환자를 보았을 때 미안하고 슬프고 무섭고…. 여러 감정이 교차했는데 지금도 그 감정들은 잊히지 않습니다.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가 있었는데 중환자실은 정말 비상이었지요. 비록 우리 병원에는 메르스 환자가 없었으나 치사율도 높았고, 다른 병원에서 의료진 감염 뉴스도 있어서 환자 발생 시의 간호에 대해 모두 두려움에 떨면서 고민했었습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 발생에 대비한 시설·교육과 훈련 등 많이 것이 변하였고, 그래서 2019년 코로나19 발생과 대유행에 잘 대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유로 간호사 직업을 선택했나요?

"어렸을 때 장래 희망에 간호사라는 직업은 생각조차 한 적이 없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진로 선택 시 취업을 우선으로 생각했고 보건의료 계열이 전문직이고 취업에 유리하다고 생각되어 여러 분야를 고민했습니다. 남자간호사가 소수라 힘들겠으나 오히려 소수가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간호사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간호사이시니 자신이나 가족의 건강 문제에 잘 대처하실 거 같아요.

"병원 밖으로 나가면 보통사람입니다. 아이들에 관해선 아내가 전문가이고, 가족에게 건강 문제가 발생할 때는 섣부른 판단보다는 되도록 빨리 병원에 방문하도록 합니다."

김 간호사는 "간호사들도 다양한 영역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임상간호사 특히 중환자실 간호사는 강도 높은 육체노동자이며 감정노동자"라며 "폐쇄된 곳에서 근무하며 누군가의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꿋꿋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동료들을 믿고 열심히 일하는 중환자실 간호사들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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