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벗고 자전거 탔다" 외국인 男학생... '이 병' 앓아서?
외국인 학생 조현병 앓는다 전해져...말과 행동, 감정과 인지, 지각 등 여러 가지 증상들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조현병 이해하려면
전남의 한 대학교에서 해당학교 학생인 외국인 남성이 발가벗은 몸으로 자전거를 탄 사진이 화제가 된 가운데, 사연의 흑인 학생이 조현병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2일 전남에 위치한 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시간 ○○대'라는 제목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에선 한 흑인 남성이 알몸 상태로 뒷바퀴에 바람이 빠진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다. 스쿠터를 타고 그 옆을 지나가던 사람은 어안이 벙벙한 채 보고 있다.
사진이 확산되자 학교 측은 "외국인 학생에게 조현병 증상이 발견됐다"며 "룸메이트들을 일괄 다른 6인실로 옮기려고 한다"고 문자로 알렸다. 옮기기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연락을 요청했다. 약 30분 뒤 학교 측은 외국인 학생과 같은 방을 쓰던 룸메이트들이 이동할 방 호수를 안내하면서 사태를 일단락시켰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타국까지 와서 공부했을 텐데 병 때문에 자기 스스로도 크게 상처받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됐네", "어쩌다 저 지경이 됐나", "공부에 지친걸까?", "타지에서 병이 왔나 보네", "구경하고 웃을 일이 아니다" 등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거 정신분열증이라 불린 '조현병'...환청, 환각, 망상 등의 증상으로 정상적 활동 쉽지 않아
해당 외국인 학생이 어떤 연유에서 알몸으로 자전거를 탔는지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교측이 밝힌대로 조현병에 의한 것이라면 그 증상의 일환으로 망상, 환청, 환각 등 비논리적 사고 언행에 의한 행동으로 읽을 수 있다.
조현병은 전 세계적으로 약 24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는 정신 질환이다. 국내에서도 조현병 환자가 늘어나면서 질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거 정신분열병이라고도 불린 조현병의 ‘조현(調絃)’이란 ‘현악기를 조율하다’라는 뜻이다.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는 불협화음을 낼 수 밖에 없다. 조현병이 생기면 뇌 신경계의 이상으로 인해 사고, 지각, 인지, 감정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문제가 나타남을 일컫는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경전달 물질 이상,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조현병은 말과 행동, 감정과 인지, 지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가지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마다 증상이 조금씩 다르다. 조현병의 증상은 뇌에서 인지와 감정에 관한 기능이 저하돼 매사 의욕이 없는 무의욕증에 빠지게 되는 음성증상과 환청과 같은 환각 증상이나 망상이 발생하는 양성증상으로 구분된다.
사회적 기능에 큰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조현병은 양극성장애와 구별된다. 기분장애의 대표적 질병인 양극성장애는 조증(기분이 들뜸)과 우울증(기분이 가라앉음)이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이에 비해 조현병은 망상, 환청, 비논리적이고 와해된 사고와 언행 등 증상을 보이며 특히 환자는 사회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지리나 문화에 따른 차이나 국가 간 차이 없이 인구의 1% 정도의 유병률을 보인다. 국내에도 약 50만 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작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는 5분의 1 수준이다.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더불어 스스로 조현병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정적 인식 갖는 사람들 많지만, 잘못된 선입견이 환자 치료를 더 힘들게 만들기도
조현병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는 조현병 환자라고 하면 예비 범죄자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인의 인구 10만명당 범죄율이 68.2명인데 비해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의 범죄율은 10만명당 33.7명으로 절반 정도에 그친다. 조현병과 정신질환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갖지 않고 치료가 필요한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치료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찰과 약물 및 면담치료가 핵심이다. 특히 조현병의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약물치료가 꼭 필요하며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심리사회적 치료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전문의의 판단이 있을 때까지 환자가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약의 용량을 줄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는 “조현병도 초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만 받는다면 별다른 문제 없이 원활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며 “주위의 누군가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자연스러운 대화가 되지 않고, 환청에 반응하여 혼잣말을 하는 것 같다면, 주변에서 먼저 의심을 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발의 위험이 크고, 재발이 거듭될수록 증세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발병 후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치료를 시작해야하고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