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했을 때 '이 물' 마시면...아기 행동장애 위험 높아져
1L당 0.68㎎의 낮은 불소 노출에도 1.83배 더 높아
불소가 포함된 수돗물을 마시는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행동장애 위험이 두 배 가까이 높아질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학협회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지자체는 1940년대부터 어린이 충치 예방 효과가 입증된 불소를 상수도에 첨가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인의 약 4분의 3이 수돗물에 불소를 함유하고 있다. 한국도 1981년부터 시작해 전국적으로 상수도 정수장에 불소투입기를 설치해 불소를 주입해왔으나 안정성 문제로 최근에는 수돗물 불소화를 채택하지 않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논문의 주저자인 플로리다대 애슐린 말린 교수(역학)가 이끈 이번 연구는 229쌍의 임산부와 그 자녀를 대상으로 했다. 불소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 임신 3기 동안 각 산모의 소변을 채취했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금식 후 샘플을 채취했다.
임신한 자녀가 3세가 되었을 때, 미취학 아동 행동 체크리스트를 사용하여 각 자녀를 평가했다. 이 체크리스트는 유아의 사회적, 정서적 기능에 대한 부모의 보고를 토대로 했다.
그 결과 자궁에서 수돗물 1L당 0.68㎎의 불소에 노출된 유아는 “임상적으로 중요하거나 임상적으로 경계선에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행동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1.8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말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러한 연관성을 조사한 최초의 미국 기반 연구”라며 “이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이 북미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전형적인 수준인 매우 낮은 수준의 불소에 노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행동 문제에는 구체적으로 두통이나 복통과 같은 신체적 불만이나 ‘정서적 반응성’(감정 폭발), 불안 및 자폐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증상이 포함된다. 공동연구자인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켁 의대의 테레사 바스타인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자폐증에 걸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연구 참여 유아들에 대한 자폐증 진단 정보도 없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태아의 불소 노출과 주의력 문제나 공격성과 같은 다른 행동 문제 사이의 연관성이 드러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바스타인 교수는 수돗물 불소화를 “치과계를 위한 가장 큰 공중 보건 승리 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최소한 임산부는 수돗물을 피하고 정수 된 물을 마시라”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연구진은 현재로서는 임신 중 불소를 피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지침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와 관련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면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말린 교수는 “불소 섭취가 태아에게 주는 이점은 알려진 바가 없지만 현재 북미에서 수행된 여러 연구에서 그 기간 동안 뇌 발달에 상당한 위험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불소 노출의 지역적 차이를 조사하는 동시에 유아기의 불소 노출이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networkopen/fullarticle/2818858)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