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귀에 '다른 소리' 들리자...잠 드는 시간 절반 '뚝'
주파수 차이로 깊은 수면 상태 유도
수면유도제 등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전자기기만을 활용해 잠에 드는 시간을 절반 가량 줄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효과적인 비약물 불면증 치료법이 나올 수 있다는 학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
이는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이우진 교수팀의 최신 연구 내용이다. 특정 뇌파를 유도하는 '동적 바이노럴 비트' 기술에 주목해 가정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불면증 치료법을 개발했다.
바이노럴 비트란 인공적으로 뇌파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양쪽 귀에 서로 다른 주파수 소리를 보내면 우리 뇌에서 두 주파수의 차이만큼의 파동을 인식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양쪽 귀는 각각 좌뇌와 우뇌에 연결돼 있어 주파수 차이를 이용한다면 수면 상황에 적절한 뇌파를 유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불면증 환자의 왼쪽과 오른쪽 귀에 2Hz 주파수 차이가 나도록 다양한 주파수의 소리를 들려줬다. '깊은 수면 상태'에 해당하는 2Hz(헤르츠) 대역의 뇌파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 결과, 불면증 환자들은 불을 끄고 잠이 들기까지의 시간(입면 시간)이 51%나 단축됐다. 수면 효율성도 3.8% 증가했다. 교감신경계 활성 지표인 심박변이는 저주파 영역에서 25% 감소하는 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교감신경계 활성화는 불면증을 유발하는 주요인이기에, 불면증 환자가 잠들기 좋은 안정적인 상태로 유도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우진 교수는 "수면장애의 심각성을 과거보다는 환자들이 잘 이해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면제 등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며 또한 "대표적인 비약물치료인 인지행동치료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병원 방문이 쉽지 않은 등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이러한 기존 치료법의 여러 한계를 극복한, 가정에서 지속적으로 간편하게 사용하며 불면증 개선 및 수면의 질을 높이는 비약물치료 방법으로서 동적 바이노럴 비트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