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같은데도 기침…호흡기질환 유행 길어졌나

일교차, 꽃가루 등이 호흡기-목건강 악영향

올해는 독감(인플루엔자)이나 백일해, 성열홍,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의 호흡기 감염병의 유행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질병청 등은 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가 완화한 후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다발적으로 유행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날씨가 초여름에 가까워지는 데도 유난히 목 통증을 호소하는 호흡기 질환자들은 줄지 않고 있다. 올해는 독감(인플루엔자)이나 백일해, 성열홍,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의 호흡기 감염병의 유행 소식이 이어지는 탓이다.

다만, 의료계와 질병관리청 등에선 정확한 통계상으론 올해 호흡기 감염질환 유행세가 유별나게 특이한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가 완화한 후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다발적으로 유행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3년간 유행하지 않던 질환이 퍼지면서 느껴지는 일종의 ‘착시효과’라고도 얘기할 수 있다.

진료실, 체감상 20%↑수준…일교차-꽃가루 등 환경요인 강하게 작용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소재한 전문병원인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의 경우, 지난달 인후두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일부 증가했다. 전월 대비 16.4% 늘어났다. 다만, 올해 들어 가장 유행세가 강했던 지난 1월과 비교하면 72.2% 수준이었다. 이달엔 4월과 엇비슷하거나 약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3일까진 4월 환자 수의 36.3% 정도가 인후두염으로 내원했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대체로 △인두와 후두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인후두염 △일반적으로 목이 붓는 증상을 가리키는 편도선염 △비염으로 코 내부가 붓는 후비동염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 숨을 잘 못 쉬거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목이 심하게 붓는 후두염 환자는 거의 없었다. 이 외에 독감은 감소 추세였으나 흔히 ‘감기’라고 부르는 다양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도 많아진 편이다.

정도광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은 “올봄 환자들의 가장 큰 특징으론 마른기침이 더 오래가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호흡기질환 감염에 따른 목 통증이 더 심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 원장은 그 원인으론 질병적 특징보다는 올해 봄에 두드러졌던 환경적 요인을 지목했다. 올해는 봄 초반부터 꽃가루가 심했던 데다 일교차가 큰 날씨도 이어지고 있다. 황사도 심한 편이었다.

정 원장은 “(질환 감염으로) 점막이 예민한 상태에서 환경적 요인의 자극이 계속되기 때문에 기침이 오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알레르기 환자는 더 유의해야 한다. 평소 알레르기로 목 안의 점막이 예민해 건조한 날씨나 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태라 쉽게 감기나 독감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청, 코로나19 이후 착시효과…대체론 2018~2019년 유행세보다 약해 

질병청의 관련 통계를 분석해 보면 올해 전년 대비 감염자가 늘어난 질환은 △백일해 △성홍열 △독감(인플루엔자) 등이다. ‘감기’ 바이러스 감염자도 증가 추세다. 그중에서도 영유아가 많이 감염되는 △리노바이러스와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의 유행세가 두드러진다.

다만, 질병청은 이 중 특별히 두드러진 유행세를 보이는 질환으론 독감과 백일홍만을 꼽았다. 이외의 질환은 전형적인 계절적 특성을 보이기에 일반적인 호흡기 감염병 유행 추세를 따르고 있다는 해석이다.

독감은 유행 장기화 추세가 뚜렷하다. 2022년 9월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후 감염세가 줄지 않아 이달까지 20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역대 최장 기록이다. 백일해는 이전보다 유행세가 큰 질환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으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도 유행 중인 탓이다.

양진선 질병관리청 감염병관리과장은 “올봄 들어 호흡기 감염병 전반의 유행이 장기화하거나 유행 규모가 커졌다기보다는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 이후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3년 동안 지역사회 면역력 변화 상황을 강조했다. 그간 코로나19 이외의 다른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개개인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는 설명이다. 다만, 양진선 과장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이들 질환의 유행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성홍열 감염환자가 크게 늘곤 있지만, 앞서 2018년 당시의 크게 유행했던 규모보단 절반 수준이다. 질병청의 집계에 따르면, 2018년 당시 980명의 성홍열 환자가 발생했다. 반면, 2023년 전체와 2024년 현재까진 각각 292명과 543명이 감염됐다.

감기 역시 마찬가지다. 질병청은 6가지 종류의 감기(급성호흡기감염증) 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집계 중이다. 각각 △아데노바이러스 △사람 보카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 △사람 코로나바이러스다.

이에 따르면, 각각 2018년과 2019년 4월 1주~5월 2주 사이 감기 바이러스 감염환자는 2242명과 1781명이었다. 반면, 지난해와 올해 같은 기간 감염자는 2396명과 1193명이다. 올해 봄철의 감기 유행세가 가장 작은 상태다.

봄철 호흡기질환 감염 피하려면?

질병청과 이비인후과 진료실에선 봄철 호흡기질환 감염 예방과 건강 관리를 위해 각각 3가지 사안을 조언했다.

정도광 원장은 △몸이 평소보다 안 좋다면 외출 시 마스크 착용 △생활 속 충분한 수분 섭취(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꾸준히 물을 마신다) △코세척 등을 권고했다.

질병청에선 △가장 중요한 감염예방 원칙으로 예방접종(백신)을 꼽았다. 이어 △손씻기, 기침예절 등의 개인위생수칙 준수 △사람이 밀집한 혼잡한 장소를 방문할 때 마스크 착용 권고(호흡기질환 고위험군은 반드시 착용) 등을 조언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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