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도 생각하고 보자...유튜브 자동 차단 프로그램 개발
단순 검열 넘어 의식적인 결정 도와...폭력물-선정 콘텐츠에도 적용 기대
먹는 모습이나 소리를 더욱 자극적으로 표현하는 먹방 등은 불필요한 식욕을 부르거나 잘못된 식습관과 비만 등을 촉발한다. 이에 최근 국내 연구진이 식이장애 환자 등에게 이러한 먹방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이성주 교수팀은 모바일과 PC에서 먹방과 ASMR 등 음식 관련 영상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프로그램(FoodCensor·푸드센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사용자가 음식 콘텐츠를 소비할 때 의식적으로 시청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튜브 등에서 실시간으로 음식 콘텐츠를 감지해 영상을 가리고 음소거해 시청자가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차단한 후 질문을 던져 콘텐츠 소비 여부를 직접 고민하고 선택한다.
이는 심리학 이론 중 사람의 인지기능이 두 가지 층위에서 작용한다는
'두 체계 이론'(Dual Systems Theory)에 기반해 설계됐다. '체계 1'은 자동으로 빠르게 작용하는 체계다. 의식적으로 고려하지 않아도 위기나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반응이다. 반면, '체계 2'는 천천히 심사숙고해 판단하는 체계로 수학 문제를 풀거나 명확한 결정을 내릴 때 작용하는 기능이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은 먼저 콘텐츠의 시각적·청각적 자극에 대해 자동적인 시청, 즉 체계 1의 반사적인 반응을 방지한다. 이를 위해 한국어와 영어로 4만 개 이상의 음식 관련 단어를 수집했다. 영상물 제목, 태그, 설명 등에 이들 단어가 나오면 자동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반면, 이용자가 음식 관련 콘텐츠를 검색하거나 시청하려 할 때 경고를 보내고 시청을 원하는 이유를 제시하도록 묻는다. 체계 2를 활성화하도록 촉발해 스스로 의식적으로 건강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식이장애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폭식증이나 거식증 등을 앓고 있는 환자는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을 교정하려 노력하는데, 먹방 등의 음식 콘텐츠가 이러한 교정 노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실제 22명의 식이장애 환자들은 3주 동안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그 효과를 평가하기도 했다. 이 결과, 음식 콘텐츠 소비와 노출이 유의미하게 줄었다.
환자들은 음식 콘텐츠를 자동적으로 시청하는 반응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음식에 대한 강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또한, 시청 감소는 유튜브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에도 영향을 줘 음식 관련 콘텐츠 노출도 줄였다.
이성주 교수는 "단순히 콘텐츠를 검열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적인 행동 변화를 촉진하는 사용자 중심의 콘텐츠 관리 방법이 될 것"이라며 "음식 콘텐츠뿐 아니라 폭력물이나 선정적인 콘텐츠 등 다양한 주제별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또한, 최근 지난 11∼16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세계컴퓨터연합회 주최 '컴퓨터 인간 상호작용 학술대회'(CHI)에서 '최우수 논문상'(Honorable Mention)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