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로부터 '똥 이식' 받았는데...그의 여드름이 옮겨왔다...어떻게?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해…직접 분변 이식 후 증상 완화, 하지만 부작용도
자신의 오빠와 남자친구의 분변을 셀프로 이식한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분변이식을 하게 된 원인이 되는 고통스러운 증상은 없어졌지만, 대신 오빠의 여드름과 남자친구의 우울증을 얻었다.
영국 매체 더선은 심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다니엘 켑키의 사연을 보도했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기 시작해 항상 소화불량, 배에 찬 가스로 인한 통증, 심한 변비로 힘들었다. 5년 동안 병원 진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사탕’을 먹듯 항생제를 달고 살았다.
장에 불편함을 주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점점 줄어들어 10~15개 정도가 됐고, 그에 따라 체중이 급격히 감소했다. 그리고 식단으로 보충하지 못하는 영양소는 약과 보충제로 해결해야 했다. 단 음식을 아주 좋아했던 그는 식물성 식단 위주의 식습관을 통해 건강한 박테리아로 장을 다시 채워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시도할 때마다 증상은 악화됐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다니엘은 분변미생물군이식(FMT; faecal microbiota transplant)으로 눈을 돌렸다.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환자의 장에 이식해 미생물 균형 되찾는 분변미생물군이식
분변미생물군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환자의 장에 이식해 장내 미생물 균형을 다시 맞추는 기술이다. 건강한 기증자의 분변을 관장, 경구 캡슐, 대장내시경 또는 상부내시경을 통한 방법으로 받는 사람의 위장관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처음에 다니엘은 오빠의 분변으로 이식할 캡슐을 만들었다. 이식 후 체중이 다시 늘기 시작했고, 3년 만에 처음으로 문제없이 화장실에 갈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여드름이었다. 다니엘의 오빠는 과거 호르몬성 여드름이 난 적이 있는데, 이식 후 다니엘에게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 미생물 생태학자인 잭 길버트에 의하면, 변 속의 박테리아가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치고 면역반응을 활성화시켜 이식받은 사람의 몸속 염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로 인해 호르몬 활동에 변화가 일어나 여드름이 나게 하는 박테리아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다니엘은 분변 기증자를 남자친구로 바꾸기로 했다. 남자친구는 신체적으로 문제는 없었지만, 우울증이 있었다. 남자친구의 분변을 이식한 후 여드름은 사라졌지만 정신 건강은 나빠졌다. 이후 다시 오빠의 분변으로 이식을 시작하자 일주일 만에 우울증 증상은 사라졌다.
길버트 박사는 자신이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 환자의 경우 장내 특정 박테리아가 결핍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다니엘의 장에 ‘항우울’ 박테리아가 있었을 수 있으며, 장내 미생물생태계를 남자친구의 미생물생태계로 바꾸자 ‘항우울’ 박테리아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병원에서 검증된 방법으로 시행하고 가정에서 직접 하지 않아야
다니엘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Hack Your Health: The Secrets of Your Gut’을 통해 자신의 분변이식술 과정을 공유했는데,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직접 분변 이식을 시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아일랜드 코크대학 신경과학자인 존 크라이언은 “분변미생물군이식을 받을 때 좋은 박테리아를 얻지만, 그 과정에서 나쁜 박테리아도 따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장에 관한 책을 저술한 의학박사 길리아 엔더스 또한 “이것이 완벽한 해결책이라면 정말 좋겠지만, 내가 아는 모든 소화기내과전문의들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며 “모든 질병에 대한 민감성까지 이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길버트 박사는 이어 “분변미생물군이식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있지만 과학은 여전히 발전하고 있으며, 실제로 더 많은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지와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주 알차고 참좋은 건강정보 입니다.대단히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