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의료개혁 큰 고비 넘어서…이달까지 입시요강 확정”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도 마련...환자단체-의료계 입장 엇갈려

한덕수 국무총리(가운데)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의대 증원·배분을 멈춰달라는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을 항고심 재판부가 기각한 것에 대해 정부는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예정대로 이달 말까지 의대 증원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16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서울고등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각하·기각 직후다.

한 총리는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깊이 감사하다”면서 “아직 본안 소송이 남아있지만, 정부가 추진해온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이 큰 고비를 넘어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사법부의 현명한 결정에 힘입어 더 이상의 혼란이 없도록 2025학년도 대학입시 관련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먼저 정부는 대학별 학칙 개정과 모집 인원 확정을 조속히 추진한다. 당초 예정대로 5월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하고 각 대학별 모집인원을 발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저하하지 않도록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 신속히 추진한다. 한 총리는 “일부 의료계에서 2000명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걱정한다”면서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방안으로 선진국 수준의 의학교육 여건을 조성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구체적으론 증원 대상인 32개 의대에 대한 교육 여건 개선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집중적인 재원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국립대 교수 1000명의 추가 채용을 준비한다.

한편, 한 총리는 의료계의 소모적인 갈등과 대정부 투쟁을 거둘 것을 촉구했다. 한 총리는 “아직도 우리 앞에는 의료계 집단행동이라는 해결되지 않은 난제가 남아있다”면서 “보건의료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대화와 논의에 동참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에게는 사법부의 판단과 국민의 뜻에 따라 병원과 학교로 돌아와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의대 교수들이 이번 법원의 결정에 맞서 일주일간 휴진을 예고한 상황에 대해선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집단 행동하는 관행은 더 이상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의료 발전과 환자 보호에 대한 마음은 의료계나 정부나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모든 개혁이 고통스럽지만, 의료 개혁은 특히 고통스럽다”면서도 “힘들고 어렵다고 지금 여기서 멈추면 머지않은 시점에 우리 후손들은 더 큰 고통과 더 큰 비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 붕괴를 이대로 방관한다면 책임 있는 정부라 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오직 국민만 바라보겠다”고 덧붙였다.

환자단체-의료계 입장 엇갈려

앞서 이날 오후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재판부(구회근·배상원·최다은)는 의료계가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 대해 ‘각하 또는 기각’을 결정했다.

신청인 중 의대생이 의대 증원 피해의 당사자라는 점을 인정했지만, 의료개혁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청인 중 의대 교수와 전공의에 대해선 적격한 당사자가 아니라며 각하(소송 요건이 성립되지 않음)를 판단했다.

이후 환자단체에선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석달간의 의료공백 장기화 사태 속에서 어렵게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은 이번 법원 판결을 계기로 의료정상화 조치가 빠르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성명서를 냈다.

연합회는 성명서에서 “확정된 의대 증원이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을 조성하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현재의 의료인력은 물론 앞으로 배출될 의료인력이 기피과 필수중증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에 적절히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기를 촉구한다”고도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에선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가처분 신청을 주도한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측은 재항고 의사를 밝힌 상태다. 행정소송 승소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었으나, 재판부가 기존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도 비판했다.

법률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일단 무승부라고 평가한다”는 1차 입장을 냈다. 의대 증원의 필요성 등 공공복리를 강조한 것엔 정부의 승리지만, 의대생의 원고 적격을 인정하고 의대 증원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야기하는 점과 긴급성을 인정했다는 점은 의료계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19개 의대가 소속한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원회(전의비)에선 실망의 뜻을 전했다. 정부가 제출한 자료에서 의대 2000명 증원 근거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공공복리라는 정부의 입장을 수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판결로 의대생과 전공의의 복귀가 더욱 어렵게 됐다면서 병원과 연관 사업체의 운영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의비는 전날 총회에서 항고심 기각 시 진료시간 추가 재조정, 1주일 휴진 등의 방안을 논의한 상태다.

닥터콘서트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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