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영화 ‘양들의 침묵’...‘침묵의 염증’은 무엇?
[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건강이란 정확하게 무엇이고, 그런 건강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보통 사람들은 물론이고 의사를 비롯한 의료전문가조차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병이 없으면 건강하다’고 믿고 있다. 정말로 그럴까? 분자생물학적으로 풀어보면, 최상의 건강은 ‘침묵의 염증이 없는 상태(absence of silent inflammation)’로 규정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가, 최근에는 ‘인슐린 저항성이 없는 상태(absence of insulin resistance)’를 최상의 건강으로 규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 몸은 외부 침입 물질에 대항해 생존 반응하면 붉게 부풀고 또 해당 부위가 따끈해지며 더 심하면 통증까지 일으키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소리칠 만큼 아프지 않을 정도로 염증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이를 소리칠 만큼이 아니라는 뜻에서 ‘침묵의 염증’으로 부르기로 한다. ‘침묵의 염증’이 오랫동안 이어지다 보면 혈관 내피세포 기능장애(endothelial dysfunction)를 유발해서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으로 악화돼 어쩔 수 없이 비만, 당뇨, 심뇌혈관질환, 알츠하이머병 등으로 넘어가고 만다.
현재는 염증을 유발하는 기능에 친(親) 염증(pro-inflammatory),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기능에 항(抗) 염증(anti-inflammatory) 아이카사노이드가 관여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염증반응 과정에는 염증을 시작해서 진행하는 아이카사노이드(eicosanoids)와 2017년에 미국의 챨스 서르핸(Charles Serhan)이 분자생물학적으로 밝혀냈듯이 염증 반응을 마무리 회복 치유하는 레졸빈(resolvins)이 관여한다. 이 둘은, 현재 통용되고 있는 친 염증과 항 염증처럼 서로 반대의 기능을 나타내는 게 아니고, 염증 반응 과정에서 서로 이어지고 연결하며 기능을 발휘한다. 다시 말해 ‘침묵의 염증’을 피해서 최상의 건강을 지키려면 염증이 진행(아이카사노이드 담당)하고 나서, 마무리 회복 치유(레졸빈 담당)가 되어야 한다. 회복 치유되지 않으면 염증이 진행할 뿐이기에 ‘침묵의 염증’을 피할 수 없다.
아이카사노이드는 오메가-6 지방산으로부터, 레졸빈은 오메가-3 지방산으로부터 합성된다. 따라서 오메가-3 지방산으로부터 합성하는 염증 회복 담당 레졸빈이 오메가-6 지방산으로부터 합성하는 염증 진행 담당 아이카사노이드보다 턱없이 부족하면 ‘침묵의 염증’으로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 때문에 오메가-6 지방산 대 오메가-3 지방산 비율이 4 대 1을 넘지 않도록 해야 건강에 유리하다. 적으면 1 대 1에서 많으면 4 대 1 정도를 유지하면 좋다는 얘기다. 하지만 요즘 음식을 조리할 때 오메가-6 지방산이 많은 식자재를 이용하다 보니, 둘 사이 비율이 20 대 1을 넘어서는 예도 있어 염려된다.
한편 염증 반응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아이카사노이드와 덜 활발하게 진행하는 아이카사노이드 중 어느 쪽을 더 많이 합성케 하느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인슐린(insulin)과 글루카곤(glucagon)이 관여한다. 이 때문에 탄수화물과 단백질 식품을 적절한 비율로 설정해 식사해야 건강에 좋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그 구성이 올바르지 않으면 ‘침묵의 염증’을 피할 수 없다. 앤소니 홉킨스가 주연한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그의 섬뜩한 표정이 떠오른다. 또 ‘침묵은 금이고, 웅변은 은’이라는 격언도 있지만, 침묵이라고 해서 안심하면 곤란하다.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 위험하다. 건강을 지키려면 ‘침묵의 염증’이 남지 않도록 올바르게 식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