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막는 주사제 경쟁...바비스모 '웃고' 아일리아 '울고'
로슈, 최대 성장동력 평가...바이엘 '아일리아' 고용량 경쟁이 관건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에 대형 품목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빅파마 로슈가 주사 횟수를 연 3회로 줄인 신약 '바비스모(성분명 파리시맙)’를 출시하며, 이 시장에 간판 품목인 바이엘의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를 직접 겨눴다. 바이엘은 최근 아일리아 고용량 제품의 허가를 끝마치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매출이 급증한 바비스모가 아일리아와의 경쟁에서 지분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회사의 실적 보고에 따르면 로슈 바비스모의 매출은 급등한 반면, 바이엘 아일리아의 매출은 정체기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안과 시장엔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 주사제로 분류되는 바비스모와 아일리아의 경쟁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이들 VEGF 주사제는 안구에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는 약물을 주사해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의 퇴화를 늦추는 작용을 한다.
바비스모는 VEGF 주사제 최초의 이중특이항체 신약으로 평가된다. 황반변성 및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제들이 공통으로 타깃하는 VEGF-A와 함께 망막 혈관의 불안정성을 유도하는 안지오포이에틴-2(Ang-2)까지 동시에 차단한다. 이를 통해 4개월 간격의 주사가 가능하며, 적은 투여 횟수로 시력 유지 및 개선 효과를 보일 수 있다.
바비스모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고용량 아일리아 주사제의 경우 기존 제품보다 4배 높은 용량을 담아, 안구 내에서 약물 농도를 더욱 오래 유지함으로써 투여 간격을 최대 5개월로 늘린 게 특징이다.
이러한 차별점을 바탕으로 올해 1분기 바비스모의 글로벌 매출도 파란불이 켜졌다. 9억3300만 달러(약 1조2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하면서, 로슈 그룹 전체 매출의 최대 성장동력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반면 바이엘은 아일리아의 매출 실적을 놓고 고배를 맛봤다. 기존 아일리아(2 mg 용량)와 최근 출시된 고용량 아일리아HD(8 mg) 제품의 1분기 매출은 22억5000만 달러(약 3조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해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글로벌데이터는 "아일리아HD는 지난 8월 출시됐는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분기 미국에서만 2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면서도 "매출 감소는 기존에 판매 중이던 아일리아 일반 용량 제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존 아일리아 제품은 미국에서만 매출이 16% 쪼그라들었다.
이러한 매출 추세는 지난해 실적에도 반영됐다. 작년 아일리아의 총 매출은 93억8000만 달러(약 12조83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2022년 대비 3% 감소한 수치였다. 이와 비교해 바비스모는 작년 324% 성장한 총 매출 26억4000만 달러(약 3조6100억원)으로 급등세를 기록했다. 글로벌데이터는 "바비스모는 올해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일본 등 7개 주요 시장에서 3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데이터의 제약 부문 수석애널리스트인 사라 레시는 보고서를 통해 "바비스모의 매출이 계속해서 높게 유지된다면 로슈가 안과 분야 업계 리더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부 연구 결과 아일리아HD의 내약성이 바비스모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앞으로의 매출 경쟁은 눈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바비스모와 고용량 아일리아HD는 국내에서도 경쟁을 예고했다. 바비스모는 지난해 1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고, 10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아일리아 고용량 주사제는 올해 4월 품목허가를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