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인 줄 알았는데 26cm 희귀암...11세 英소녀, 1년간 투병
악성 말초신경초종양(MPNST), 빠른 전이에도 통증 적어 발견 늦어
11세 영국 소녀의 희귀암 투병 소식이 화제다. 다리 통증을 성장기에 흔히 겪는 성장통으로 여겼으나, 26cm 크기의 희귀암을 진단받고 1년가량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다.
최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영국 켄트주 시팅본(Sittingbourne)에 사는 11세 아이비 애덤스의 암 투병기를 소개했다. 지난해 7월 희귀암인 악성 말초신경초종양(MPNST) 진단을 받았던 아이비는 지역 언론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화제가 됐다.
아이비는 지난해 5월 무렵부터 다리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10살이었던 당시 흔한 성장통으로 생각했다. 더욱이 학교에서 체육 동아리 활동으로 축구와 네트볼 클럽에도 소속했기에, 운동 부상이나 피로감으로도 의심했다.
그러나, 점점 통증이 심해지자 아이비는 부모님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다리 부위의 X선 영상을 촬영한 후 아이비는 의사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무릎 위부터 허벅지와 엉덩이로 이어지는 뼈(대퇴골)에 악성 종양이 퍼져있다는 소견이었다. 종양의 크기만 해도 26cm 정도였다. 의료진은 X선 영상으로 뼈암을 발견한 일은 천만다행이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이후 아이비는 영국 런던에 소재한 대형병원으로 옮겨 증상이 시작된 지 2개월 만인 지난해 7월 말 정확한 진단을 받았다. 희귀암인 MPNST라는 것이다. 종양이 넓고 크게 퍼져있었기에 당장 수술을 하기 어려워 같은 해 8월부턴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의료진은 혹시라도 항암치료에 실패할 것에 대비해 무릎과 고관절에 대한 인공관절 교체 수술도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올해 초까진 재활과 물리치료도 받았다. 아이비는 무릎을 펴고 구부리는 것부터 걷는 법까지 다시 배워야 했다.
이러한 치료 끝에 아이비는 올해 초 다행히 완치 판정을 받았다. 다만, 암 재발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앞으로 2년 동안은 한 달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아야 한다. 올해 3월 학기부턴 학교에도 돌아왔다. 학교로 돌아온 아이비는 학교 친구들과 지역사회에서 희귀 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
아이비는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땐 어떨떨해서 별 생각이 없었다"면서도 "항암치료를 시작하자 끔찍할 만큼 많이 아팠지만,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비의 어머니인 조이 애덤스(47) 씨는 "앞으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이 암의 증상을 빨리 알 수 있도록 널리 알리고 우리와 같은 상황에 처한 다른 가족들도 돕고 싶다"면서 "아이비는 지역사회에서 훌륭한 이야기를 전해주며 같은 증상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악성 말초신경초종양, 빠른 전이에도 통증 적어 발견 늦어
MPNST는 말초신경에 발생한 종양으로 10만명의 1명 꼴로 나타나는 희귀 암이다. 신경초란 우리 몸의 각 부위로 이어지는 신경들을 둘러싸고 있는 부위다. 넓적다리나 팔 부위의 뼈와 근육 부위에서 자주 나타난다. 20~50대 사이에 발생하는데, 아이비와 같이 10~20대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환자는 상당히 드물다. 발병 원인은 밝혀지진 않았지만, 제1형 신경섬유종증 환자에게서 발병 확률이 높다는 연구가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종양이 주변 근육 등의 신체 조직을 압박해 발생하는 부종(붓기)과 저림 증세다. 큰 통증은 없는 편이지만, 걸을 때 절거나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통증이 없어도 주위 조직으로 전이되는 속도가 빨라 발견이 늦는 환자가 많다. 국내에선 지난 2022년 방송인 로버트 할리 씨가 해당 암을 투병한 일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